[길섶에서] 시원한 것

[길섶에서] 시원한 것

김경홍 기자 기자
입력 2003-08-09 00:00
수정 2003-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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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가 지났어도 아직 더위가 한창이다.말복이 낀 다음주가 휴가와 피서의 절정이 될 것이라고 한다.

막히는 도로에서 아이들은 말잇기 놀이로 지루함과 더위를 달래려는가 보다.먹을 것,꽃,동물,식물 이름 등 말잇기 놀이를 듣다보니 먹을거리에서는 배가 고파졌고,꽃 이름에서는 주위가 향기로워 지는 느낌이다.

그래,지금 아주 더우니까 ‘시원한 것’ 이름 대기를 하자고 한 놈이 제안했다.예상대로 팥빙수,아이스크림,수박,에어컨,소나기,공포영화 등 또래들이 상상할 수 있는 단어들이 나왔다.한 녀석이 ‘고드름’하고 우쭐댄다.아하! 아름다운 말이구나.갑자기 시원해 졌다.도시의 아파트에 움츠리고 사는 녀석들이 고드름을 알까.역시 처마끝에 주렁주렁 달린 고드름이 아니라 동요나 책에서 보고 들은 것이다.고드름으로 창놀이를 하던 그런 시절의 고드름은 아니었다.

그 다음 녀석이 소재가 달리자 ‘시체’ 하고 눈치를 본다.이어 ‘자살’ ‘살인’ ‘강도’ ‘지하철’ 등 단어들이 튀어 나온다.“이놈들아,그건 시원한 것이 아니라 섬뜩한 것이다.”

김경홍 논설위원

2003-08-0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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