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는 과거에 중점을 두었다면 이제부터는 요즘의 현상이 과거의 어떤 일에 연원을 두고 있으며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를 아우를 수 있는 작품을 쓰고 싶습니다.” ‘분단과 민족’이란 두 화두를 업고 30여년 동안 작품 활동을 해온 중견작가 윤흥길(61)이 작품집 ‘낙원?천사?’(민음사 펴냄)를 냈다.창작집 출간으로는 ‘꿈꾸는 자의 나성’이후 16년 만이고 신작으로는 장편 ‘꿈꾸는 자의 나성’이후 6년만이다.
작가는 예의 겸손함이 밴 느릿한 어조로 “사실 공백은 별로 없었다.”며 “80년대부터 장편을 주로 쓰느라(그의 대표 장편 ‘에미’‘완장’등은 이 시기 씌어졌다.)중·단편집을 오랜만에 내서 그렇게 보이는가 보다.”고 설명했다.독자를 위해 작품 세계를 좀 풀어달라고 부탁하자 “표제작 ‘낙원?천사?’는 사랑이 없는 비정한 세계를 살펴본 것이고 ‘산불’은 희생양을 필요로 하는 사회 속에서 인간의 문제를 찾아본 것”이라고 말한다.“나머지 중편 ‘쌀’은 주식인 쌀이 알게 모르게 민족 정체성에 미쳐온 영향을 더듬어본 작품”이라고 덧붙인다.
‘낙원…’과 ‘산불’엔 대학교가 공간적 배경이다.95년부터 한서대교수로 재직한 그는 “학생과 접촉이 늘다 보니 캠퍼스 풍경이 관심사로 자리잡았다.‘낙원…’는 어느 지방대 단신뉴스가 모티프였는데 동료교수의 비슷한 경험도 살려 보편적 이야기로 만들었다.대학 안에서 기숙하다가 얼어죽은 ‘천사’라는 별명의 부랑 청소년 오군을 소재로 한 작품.오군의 죽음을 추적하는 학보사 기자가 담은 다양한 인물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축소판으로서 그의 죽음을 방치했을지 모를 야박한 세태를 상징한다.
‘산불’은 한서대에 있었던 실화에 소설이라는 무늬를 씌운 작품 이라고 설명한다.고아 출신의 주인공이 학생운동을 하던 중 고문에 못이겨 친구들 이름을 자백한 죄의식에 시달리다 시골의 신흥 대학촌에서 숨어들어가 살면서 겪는 방화 누명 등을 다룬 것이다.‘쌀’은 월남한 장인·장모가 북한 쌀로 장모의 병을 치료하는 해프닝을 통해 분단의 아픔을 환기시킨다.
이번 작품집엔 작가가 30년전 ‘장마’에서 탁월하게 조화시킨 분단과 민족의 정체성에 대한 애정이 그대로 배어있으면서도 문학적 절차탁마가 더해졌다.작가는 “조상의 해학미와 민족의 특성에 쏠리는 관심은 어쩔 수 없다.”라며 “젊은이들이 구질구질한 어려운 시절 이야기를 안좋아 한다고 소설로 쓰지 않을 수는 없잖아요.”라고 단호하게 말한다.그는 “반세기 동안 숱한 정책을 적용했지만 통일은 여전히 요원한 현실에서 문학을 매개로 민족 동질성을 회복할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10월경 창작과비평사에서 연작소설집 ‘때와 곳’(가제)도 펴낼 계획이다.초등학교 졸업후 40년만에 모인 동창생들이 회고하는 6·25전후의 이야기로 9편의 연작에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보탠 11편의 소설집이다.
이종수기자 vielee@
작가는 예의 겸손함이 밴 느릿한 어조로 “사실 공백은 별로 없었다.”며 “80년대부터 장편을 주로 쓰느라(그의 대표 장편 ‘에미’‘완장’등은 이 시기 씌어졌다.)중·단편집을 오랜만에 내서 그렇게 보이는가 보다.”고 설명했다.독자를 위해 작품 세계를 좀 풀어달라고 부탁하자 “표제작 ‘낙원?천사?’는 사랑이 없는 비정한 세계를 살펴본 것이고 ‘산불’은 희생양을 필요로 하는 사회 속에서 인간의 문제를 찾아본 것”이라고 말한다.“나머지 중편 ‘쌀’은 주식인 쌀이 알게 모르게 민족 정체성에 미쳐온 영향을 더듬어본 작품”이라고 덧붙인다.
‘낙원…’과 ‘산불’엔 대학교가 공간적 배경이다.95년부터 한서대교수로 재직한 그는 “학생과 접촉이 늘다 보니 캠퍼스 풍경이 관심사로 자리잡았다.‘낙원…’는 어느 지방대 단신뉴스가 모티프였는데 동료교수의 비슷한 경험도 살려 보편적 이야기로 만들었다.대학 안에서 기숙하다가 얼어죽은 ‘천사’라는 별명의 부랑 청소년 오군을 소재로 한 작품.오군의 죽음을 추적하는 학보사 기자가 담은 다양한 인물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축소판으로서 그의 죽음을 방치했을지 모를 야박한 세태를 상징한다.
‘산불’은 한서대에 있었던 실화에 소설이라는 무늬를 씌운 작품 이라고 설명한다.고아 출신의 주인공이 학생운동을 하던 중 고문에 못이겨 친구들 이름을 자백한 죄의식에 시달리다 시골의 신흥 대학촌에서 숨어들어가 살면서 겪는 방화 누명 등을 다룬 것이다.‘쌀’은 월남한 장인·장모가 북한 쌀로 장모의 병을 치료하는 해프닝을 통해 분단의 아픔을 환기시킨다.
이번 작품집엔 작가가 30년전 ‘장마’에서 탁월하게 조화시킨 분단과 민족의 정체성에 대한 애정이 그대로 배어있으면서도 문학적 절차탁마가 더해졌다.작가는 “조상의 해학미와 민족의 특성에 쏠리는 관심은 어쩔 수 없다.”라며 “젊은이들이 구질구질한 어려운 시절 이야기를 안좋아 한다고 소설로 쓰지 않을 수는 없잖아요.”라고 단호하게 말한다.그는 “반세기 동안 숱한 정책을 적용했지만 통일은 여전히 요원한 현실에서 문학을 매개로 민족 동질성을 회복할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10월경 창작과비평사에서 연작소설집 ‘때와 곳’(가제)도 펴낼 계획이다.초등학교 졸업후 40년만에 모인 동창생들이 회고하는 6·25전후의 이야기로 9편의 연작에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보탠 11편의 소설집이다.
이종수기자 vielee@
2003-08-0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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