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부부싸움

[길섶에서] 부부싸움

양승현 기자 기자
입력 2003-08-04 00:00
수정 2003-08-04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수유리 4·19 묘역은 요즈음 푸른 바다 같다.‘눈이 부시게’ 짙푸른 숲의 물결을 보는 것만으로도 한여름의 무더위를 식히기에 족하다.산책을 하다보면 길 옆 화단에는 산원추리,큰산꼬리풀,좀비비추,각시풀들이 수줍게 여름을 나고 있다.

사람의 발길이 뜸한 기념관 뒤편 벤치에 앉아 잠시 쉬고 있었더니,3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부부가 찾아 귀퉁이 벤치에 앉는다.목소리가 그리 크지 않았지만,조금뒤 숲의 정적을 깨뜨리며 티격태격 말싸움을 한다.애써 듣지 않으려고 했는 데도,주위가 조용해 다투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최근 남편의 귀가가 늦었던 모양이다.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주의 운운하면서 눈물을 글썽거렸다.또 여자의 섬세한 면을 도통 몰라준다며 울먹이는 목소리다.남편이 곁눈질로 내 눈치를 살피더니 빙그레 웃으면서 “민주화 성역에서 다투지 말자.”며 아내의 손을 슬그머니 이끈다.

부부의 뒷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는 데,살가운 일요일 오후를 보냈으리라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양승현 논설위원

2003-08-04 1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유튜브 구독료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나요?
구글이 유튜브 동영상만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프리미엄 라이트'요금제를 이르면 연내 한국에 출시한다. 기존 동영상과 뮤직을 결합한 프리미엄 상품은 1만 4900원이었지만 동영상 단독 라이트 상품은 8500원(안드로이드 기준)과 1만 900원(iOS 기준)에 출시하기로 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적절한 유튜브 구독료는 어느 정도인가요?
1. 5000원 이하
2. 5000원 - 1만원
3. 1만원 - 2만원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