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우물 냉장고

[길섶에서] 우물 냉장고

신연숙 기자 기자
입력 2003-07-31 00:00
수정 2003-07-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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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이 풍성한 여름철이 되다 보니 어른 키만한 냉장고도 작게 느껴질 때가 많다.수박 한 통만 사도 둘로 쪼개 넣어 두려면 각종 찬통과 식품들이 자리이동을 해야 한다.이럴 때 커다란 크기로 떡 버티고 서서 냉장고의 공간 유연성을 제한하고 있는 게 김치통이다.이리저리 찬통을 옮겨 겨우 수박 자리를 만들고 있자면 요즘 김치냉장고가 인기인 까닭을 알 것 같다.김치냉장고에는 김치뿐만 아니라 수박도 넣어두면 좋다고 우리 대통령도 말했다던가.

옛날,전기냉장고는 꿈도 못 꿨던 시절이 생각난다.그때 우물은 보리 숭늉을 담은 플라스틱 통이나,아주 때로는 수박이 통째로 동동 떠 있는 ‘소형 냉장고’였다.그나마 시원한 숭늉은 어른 차지.아이들은 막 길어 올린 우물물 한 두레박만으로도 몸이 얼얼해지는 쾌감을 충분히 느끼지 않았던가.

같은 냉수라도 요즘 냉장고 속 냉수의 쾌감은 예전 우물물 같지 않다.채워도 채워도 부족한 쾌감의 양에 비례해 우리네 냉장고는 점점 커지고,숫자도 늘어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신연숙 논설위원

2003-07-31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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