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적으로 비싼 명품을 사들이는 사람들 중에는 단연 남자보다 여자가 많다고 한다.모든 인간은 누군가로부터 사랑받기를 원한다.하지만 남자의 외로움이 대체로 설명 가능한 것이라면,유독 여자의 외로움은 난초를 기르는 것처럼 까다롭고 섬세한 경우가 많다.물건을 사면서 쾌감을 느끼는 증상도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많을 것이다.미친 듯이 사들인 명품에 둘러싸인 한 여자가 텔레비전 화면 속에서 말한다.아무에게서도 사랑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나를 외롭게 한다.쇼핑은 사랑받지 못하는 나 자신에게 스스로 사랑을 주는 행위이다.“산다.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명제는 자본주의 사회의 오래된 덕목일지 모른다.
하지만 갚을 수도 없는 카드 빚으로 남는 광적인 쇼핑은 자신을 사랑하는 일을 넘어서 자신을 아예 잃어버리는 위기상황으로 몰고 가기도 한다.남는 것은 물건이고,잃어버린 것은 허전한 내 마음이다.마음 내키는 대로 물건을 사서 자신에게 선물하는,쇼핑처럼 물질적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행위가 또 있을까? 문제는 그 사랑의 갈증이 한두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나 역시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에 관해 오래도록 생각해왔다.타인에게 기대했던 사랑에 실망할 때마다,사실 우리는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에 관해 너무나 무지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학교에서 우리는 왜 그렇게 중요한 것을 배우지 못했을까? 물건을 사는 일보다 행복한 일이 이 세상엔 얼마든지 많다는 것을 우리는 아주 어릴 적부터 배워야만 한다.어른들 뿐 아니라 어린 아이들 또한 매일 갖고 싶은 수많은 물건들을 향한 쇼핑 욕구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어릴 적 나는 우표 수집광이었다.집에서 학교를 향해 가는 길 중간쯤에 우표 가게가 있었다.나는 돈만 생기면 그곳으로 달려가 우표를 샀다.얼마나 진귀한 먼 나라의 우표들이 가득 쌓여있었는지,나는 꿈속에서도 우표 꿈을 꾸곤 했다.명품을 사 재끼는 사람의 심리와,그 시절 나의 우표에 관한 편집증은 그리 다르지 않았을지 모른다.부모님이 주시는 용돈은 우표를 사느라 늘 모자랐고,돈이 없으면 친구에게 꾸어서라도 사야만 직성이 풀렸다.그러고 보면 나는 아주 어릴 적부터 쇼핑 중독을 앓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 중의 하나이다.우표를 사는 순간 온 마음이 뿌듯해졌다.무언가를 사는 행위를 통해 잠시 동안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걸 나는 그때 알았다.
나의 광적인 우표 쇼핑 중독은 머지않아 어머니의 분노에 찬 만류로 종결되었다.내게는 우표보다 어머니가 소중했다.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이 싫어하는 일을 하면서 얻은 행복을 오래 누릴 수는 없는 일이다.그 후 나는 오래도록 행복해지는 법을 찾지 못했다.나 자신이 아닌 남을 사랑하는 일로부터 행복을 느꼈을까? 그 대상이 식물이든 동물이든 사람이든 간에,내가 아닌 남을 사랑하는 일을 통해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을 사랑하는 일로부터 행복을 얻는 일에 실패한다.남편도 아내도 자식도 결코 나 자신이 될 수 없으므로.
나는 암 병동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호스피스들을 볼 때 머리가 숙여지곤 한다.돌려받고자 하는 이기적이고 유아적인 사랑이 아닌,그렇게 넉넉한 사랑을 그들은 어떻게 배웠을까? 결코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그들은 남뿐만 아니라 자신을 제대로 사랑하는 법을 찾은 사람들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황 주 리 화가
하지만 갚을 수도 없는 카드 빚으로 남는 광적인 쇼핑은 자신을 사랑하는 일을 넘어서 자신을 아예 잃어버리는 위기상황으로 몰고 가기도 한다.남는 것은 물건이고,잃어버린 것은 허전한 내 마음이다.마음 내키는 대로 물건을 사서 자신에게 선물하는,쇼핑처럼 물질적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행위가 또 있을까? 문제는 그 사랑의 갈증이 한두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나 역시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에 관해 오래도록 생각해왔다.타인에게 기대했던 사랑에 실망할 때마다,사실 우리는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에 관해 너무나 무지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학교에서 우리는 왜 그렇게 중요한 것을 배우지 못했을까? 물건을 사는 일보다 행복한 일이 이 세상엔 얼마든지 많다는 것을 우리는 아주 어릴 적부터 배워야만 한다.어른들 뿐 아니라 어린 아이들 또한 매일 갖고 싶은 수많은 물건들을 향한 쇼핑 욕구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어릴 적 나는 우표 수집광이었다.집에서 학교를 향해 가는 길 중간쯤에 우표 가게가 있었다.나는 돈만 생기면 그곳으로 달려가 우표를 샀다.얼마나 진귀한 먼 나라의 우표들이 가득 쌓여있었는지,나는 꿈속에서도 우표 꿈을 꾸곤 했다.명품을 사 재끼는 사람의 심리와,그 시절 나의 우표에 관한 편집증은 그리 다르지 않았을지 모른다.부모님이 주시는 용돈은 우표를 사느라 늘 모자랐고,돈이 없으면 친구에게 꾸어서라도 사야만 직성이 풀렸다.그러고 보면 나는 아주 어릴 적부터 쇼핑 중독을 앓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 중의 하나이다.우표를 사는 순간 온 마음이 뿌듯해졌다.무언가를 사는 행위를 통해 잠시 동안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걸 나는 그때 알았다.
나의 광적인 우표 쇼핑 중독은 머지않아 어머니의 분노에 찬 만류로 종결되었다.내게는 우표보다 어머니가 소중했다.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이 싫어하는 일을 하면서 얻은 행복을 오래 누릴 수는 없는 일이다.그 후 나는 오래도록 행복해지는 법을 찾지 못했다.나 자신이 아닌 남을 사랑하는 일로부터 행복을 느꼈을까? 그 대상이 식물이든 동물이든 사람이든 간에,내가 아닌 남을 사랑하는 일을 통해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을 사랑하는 일로부터 행복을 얻는 일에 실패한다.남편도 아내도 자식도 결코 나 자신이 될 수 없으므로.
나는 암 병동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호스피스들을 볼 때 머리가 숙여지곤 한다.돌려받고자 하는 이기적이고 유아적인 사랑이 아닌,그렇게 넉넉한 사랑을 그들은 어떻게 배웠을까? 결코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그들은 남뿐만 아니라 자신을 제대로 사랑하는 법을 찾은 사람들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황 주 리 화가
2003-06-18 1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