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무서워서 딸을 키울 수 있겠습니까.”
11일 아침 한 주부 독자는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엽기적인 두 여대생 납치사건 기사를 읽고 허탈감과 분노로 치가 떨린다고 했다.물질만능과 한탕주의,인명경시 풍조 등 어떤 표현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사회 병리현상이 답답하게 가슴을 억누르기는 기자도 마찬가지였다.
심야에 귀가하는 여대생을 집앞에서 납치하고 돈까지 챙긴 뒤 무참히 살해한 청년 2명,원정 납치극에 성폭행까지 저지른 40대 엽기 부부.
이들의 행적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기자는 과거 납치사건과는 다른 공통된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다.‘힘없는’ 유아나 어린이를 범행 대상으로 삼았던 이전 사건들과는 달리 두 사건의 피해자는 스물을 넘긴 ‘성년’이었다.게다가 두 사건 모두 범인들은 일면식도 없는 부녀자를,겉보기에 부잣집 딸 같아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납치했다.
여대생을 납치 살해한 범인은 “요즘 유아나 어린이는 겉모습 만으로 부잣집 자식인지 판단하기 어려워 명품을 가진 여대생을 고르게 됐다.”고 진술해 담당 형사를 아연케 했다.한 부부가 20년 넘게 애지중지 키워온 무남독녀가 범인들에겐 한낱 ‘돈벌이’의 수단에 불과했던 것이다.
중요한 공통점이 또 있다.두 사건 모두 피해자 가족들이 사건 발생 직후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아 피해를 더 키웠다는 사실이다.부모의 처지에서는 “신고하면 딸을 해치겠다.”라는 범인들의 협박에 두려움을 느껴 선뜻 경찰에 알리지 못했겠지만,결말은 안타까웠다.두 사건 모두 피해자가 변을 당하기 전에 가족과 범인들이 여러 차례 전화를 주고받으며 ‘몸값’을 흥정했다.최근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통한 경찰의 납치·유괴범 검거율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고 두고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서울 강남경찰서 강력반 형사는 “신고를 하지 않고 돈만 건네 주면 딸의 목숨이 안전할 것이란 생각은 잘못된 판단”이라면서 “유아와는 달리 성년 피해자는 풀려나면 곧장 신고를 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범인들이 더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고 말했다.
부모들이 딸의 납치 사실을 경찰에 신고해야 하나,말아야 하나로 고민해야 하는 사회….과연 어디서부터 매듭이 잘못 꼬인 것일까.
이영표기자 tomcat@
11일 아침 한 주부 독자는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엽기적인 두 여대생 납치사건 기사를 읽고 허탈감과 분노로 치가 떨린다고 했다.물질만능과 한탕주의,인명경시 풍조 등 어떤 표현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사회 병리현상이 답답하게 가슴을 억누르기는 기자도 마찬가지였다.
심야에 귀가하는 여대생을 집앞에서 납치하고 돈까지 챙긴 뒤 무참히 살해한 청년 2명,원정 납치극에 성폭행까지 저지른 40대 엽기 부부.
이들의 행적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기자는 과거 납치사건과는 다른 공통된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다.‘힘없는’ 유아나 어린이를 범행 대상으로 삼았던 이전 사건들과는 달리 두 사건의 피해자는 스물을 넘긴 ‘성년’이었다.게다가 두 사건 모두 범인들은 일면식도 없는 부녀자를,겉보기에 부잣집 딸 같아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납치했다.
여대생을 납치 살해한 범인은 “요즘 유아나 어린이는 겉모습 만으로 부잣집 자식인지 판단하기 어려워 명품을 가진 여대생을 고르게 됐다.”고 진술해 담당 형사를 아연케 했다.한 부부가 20년 넘게 애지중지 키워온 무남독녀가 범인들에겐 한낱 ‘돈벌이’의 수단에 불과했던 것이다.
중요한 공통점이 또 있다.두 사건 모두 피해자 가족들이 사건 발생 직후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아 피해를 더 키웠다는 사실이다.부모의 처지에서는 “신고하면 딸을 해치겠다.”라는 범인들의 협박에 두려움을 느껴 선뜻 경찰에 알리지 못했겠지만,결말은 안타까웠다.두 사건 모두 피해자가 변을 당하기 전에 가족과 범인들이 여러 차례 전화를 주고받으며 ‘몸값’을 흥정했다.최근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통한 경찰의 납치·유괴범 검거율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고 두고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서울 강남경찰서 강력반 형사는 “신고를 하지 않고 돈만 건네 주면 딸의 목숨이 안전할 것이란 생각은 잘못된 판단”이라면서 “유아와는 달리 성년 피해자는 풀려나면 곧장 신고를 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범인들이 더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고 말했다.
부모들이 딸의 납치 사실을 경찰에 신고해야 하나,말아야 하나로 고민해야 하는 사회….과연 어디서부터 매듭이 잘못 꼬인 것일까.
이영표기자 tomcat@
2003-06-12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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