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순박한 인정

[길섶에서] 순박한 인정

박선화 기자 기자
입력 2003-06-05 00:00
수정 2003-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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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상가를 찾아가는 어스름 무렵의 어느 지방도시 초행길.초입에서 머뭇거리며 길을 묻는 이방인을 맞은 한 아저씨가 인상에 남는다.통상 “○○대학병원을 어디로 가야 합니까?”하면 “쭉 가다 네거리 몇번 건너 우회전”이 의례적이다.하지만 그는 달랐다.

“내 차를 따라 오세요.”하며 천천히 찻길을 인도한다.이번엔 이방인이 방향을 잘못 틀자 가던 길을 멈추고 기다린다.그리고 한참을 가다 제 갈 길에 멈춰서며 차창밖 손짓으로 방향을 가르쳐 준다.안부까지 당부하며.소형차 앞자리에는 노모,뒷자리에는 부인을 태운 것을 보니 효자임에 틀림없으리라.초로의 온고을(익산) 아저씨였다.작지만 순박한 친절에 갑자기 가슴에 구멍이 휑하니 뚫렸다.얼마나 잊고 산 인정이던가.개발의 흔적으로 얼룩진 논밭 사이로 파릇한 실개천을 발견한 느낌이었다.밥 인심이 넉넉하다는 말이 다름 아니었구나.도심의 지친 생활로 타인에 무관심할 수밖에 없다는 스스로의 위안은 다 핑계였구나.그에겐 일상의 사람 대하는 일이었건만 왜 그리 콧등이 시큰하게 다가오던지.

박선화 논설위원

2003-06-05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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