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기능 가운데 하나가 현실을 비판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깨어 있게 환기시키는 것이라면 홍희담(58)이 낸 첫 소설집 ‘깃발’(창작과비평사)은 그에 썩 잘 어울리는 수작이다.
작가는 88년 계간 창작과비평 봄호에 중편 ‘깃발’로 등단하면서 “광주 민중항쟁을 처음으로 노동자의 관점에서 다루었다.”는 평을 받았다.이를 입증하듯 그는 줄기차게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한 문제의식에 천착했고,그 결실을 모아 작품집을 냈다.
●노동자의 눈으로 본 ‘오월 광주’
‘깃발’에 실린 5편의 중단편 모두를 꿰뚫는 작가의 화두는 역시 ‘광주’다.45년 서울에서 태어나 대학을 마친 그이지만 “광주가 없었으면 소설을 못썼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광주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78년 정착한 이후 22년 동안 광주의 모든 것을 몸으로 겪은 그가 광주를 과거형으로 박제시키지 않으려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그는 “한때의 민주 항쟁으로 치부하고 넘어갈게 아니라 폭력에 대항한 보편적 가치로 보면 아직 유효하다.”고 말한다.
홍희담 이전 작가들은 대개지식인이나 대학생 중심으로 광주 항쟁을 이야기했다.하지만 그는 표제작에서 도청을 사수했던 주요 인물이 대개 무산계급임을 강조하고 있다.작중 인물인 순분이 들려주는 주인공인,여자 노동자 형순의 다음과 같은 말은 작가의 시각이 어디에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어떤 사람들이 항쟁에 가담했고 투쟁했고 죽었는가를 꼭 기억해야 돼.그러면 너희들은 알게 될 거야.어떤 사람들이 역사를 만들어가는가를…그것은 곧 너희들의 힘이 될거야.”(63쪽).
홍희담은 이 항쟁의 주역이었던 노동자들의 모습을 이후 파업을 주도하는 노동자 ‘광한’과 그런 아들의 모습을 보고 농민운동에 나서는 어머니(‘이제금 저 달이’)라는 역사적 주체로 확장시킨다.
●살아남은 자의 죄의식 형상화
작가의 시선은 항쟁 이후를 소재로 한 작품에서는 더 넓어진다.그 과정에서 작가는 주로 살아남은 자의 죄의식을 밀도있게 형상화한다.‘그대에게 보내는 편지’는 도청 사수파로 남았다가 체포,고문 도중 왼쪽 뇌수가 함몰돼 기억이 80년에 정지한 형철과 그 주변인물의 상처를그리고 있다.이밖에 ‘문밖에서’는 임산부 영신이 민주화운동 당시 살해된 또래의 임산부에 대해 죄의식에 가까운 연민을 느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다수 작품의 등장인물이 여성이란 점도 인상적이다.작가는 “손주를 키우면서 모성애의 힘을 실감하게 됐다.”며 “폭력과 투쟁,힘을 특징으로 하는 남성 우위의 사고로는 ‘광주의 상처’를 치유할 수 없다.”고 말한다.당연히 작가는 상생과 사랑의 힘을 작중 인물에 투영했다.단편 ‘문밖에서’의 인물 수환이 태아로 바뀌어 살해된 임산부의 모태에 안착,그 원혼을 달래는 상징성은 압권이다.
해설을 맡은 임규찬 성공회대교수는 “항쟁이 남긴 상처를 치유하며,아이를 키워 역사를 지속시키는 일상적인 어미의 삶에 그 의미를 새로이 부여한다.”며,작품집에 골고루 스며있는 여성성의 중요성을 지적한다.
이종수기자 vielee@
작가는 88년 계간 창작과비평 봄호에 중편 ‘깃발’로 등단하면서 “광주 민중항쟁을 처음으로 노동자의 관점에서 다루었다.”는 평을 받았다.이를 입증하듯 그는 줄기차게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한 문제의식에 천착했고,그 결실을 모아 작품집을 냈다.
●노동자의 눈으로 본 ‘오월 광주’
‘깃발’에 실린 5편의 중단편 모두를 꿰뚫는 작가의 화두는 역시 ‘광주’다.45년 서울에서 태어나 대학을 마친 그이지만 “광주가 없었으면 소설을 못썼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광주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78년 정착한 이후 22년 동안 광주의 모든 것을 몸으로 겪은 그가 광주를 과거형으로 박제시키지 않으려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그는 “한때의 민주 항쟁으로 치부하고 넘어갈게 아니라 폭력에 대항한 보편적 가치로 보면 아직 유효하다.”고 말한다.
홍희담 이전 작가들은 대개지식인이나 대학생 중심으로 광주 항쟁을 이야기했다.하지만 그는 표제작에서 도청을 사수했던 주요 인물이 대개 무산계급임을 강조하고 있다.작중 인물인 순분이 들려주는 주인공인,여자 노동자 형순의 다음과 같은 말은 작가의 시각이 어디에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어떤 사람들이 항쟁에 가담했고 투쟁했고 죽었는가를 꼭 기억해야 돼.그러면 너희들은 알게 될 거야.어떤 사람들이 역사를 만들어가는가를…그것은 곧 너희들의 힘이 될거야.”(63쪽).
홍희담은 이 항쟁의 주역이었던 노동자들의 모습을 이후 파업을 주도하는 노동자 ‘광한’과 그런 아들의 모습을 보고 농민운동에 나서는 어머니(‘이제금 저 달이’)라는 역사적 주체로 확장시킨다.
●살아남은 자의 죄의식 형상화
작가의 시선은 항쟁 이후를 소재로 한 작품에서는 더 넓어진다.그 과정에서 작가는 주로 살아남은 자의 죄의식을 밀도있게 형상화한다.‘그대에게 보내는 편지’는 도청 사수파로 남았다가 체포,고문 도중 왼쪽 뇌수가 함몰돼 기억이 80년에 정지한 형철과 그 주변인물의 상처를그리고 있다.이밖에 ‘문밖에서’는 임산부 영신이 민주화운동 당시 살해된 또래의 임산부에 대해 죄의식에 가까운 연민을 느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다수 작품의 등장인물이 여성이란 점도 인상적이다.작가는 “손주를 키우면서 모성애의 힘을 실감하게 됐다.”며 “폭력과 투쟁,힘을 특징으로 하는 남성 우위의 사고로는 ‘광주의 상처’를 치유할 수 없다.”고 말한다.당연히 작가는 상생과 사랑의 힘을 작중 인물에 투영했다.단편 ‘문밖에서’의 인물 수환이 태아로 바뀌어 살해된 임산부의 모태에 안착,그 원혼을 달래는 상징성은 압권이다.
해설을 맡은 임규찬 성공회대교수는 “항쟁이 남긴 상처를 치유하며,아이를 키워 역사를 지속시키는 일상적인 어미의 삶에 그 의미를 새로이 부여한다.”며,작품집에 골고루 스며있는 여성성의 중요성을 지적한다.
이종수기자 vielee@
2003-05-14 2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