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송홧가루

[길섶에서] 송홧가루

김인철 기자 기자
입력 2003-05-13 00:00
수정 2003-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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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뒷산에 올랐습니다.솔밭 길을 지나는데 한줄기 바람이 휙 하고 불더니 노란색 먼지가 회오리를 칩니다.올봄 뜸하던 황사가 다시 오려나 하면서 무심코 내려다보니 등산화 윗부분에 노란 가루가 가득합니다.송홧(松花)가루였습니다.

순간 박목월의 시 ‘윤사월’이 떠올랐습니다.“송홧가루 날리는/외딴 봉우리/윤사월/해 길다//꾀꼬리 울면/산지기 외딴 집/눈먼 처녀사/문설주에 귀 대이고/엿듣고 있다” 아울러 어린시절 설 명절때면 주머니에 가득했던 송화다식이 생각났습니다.당시 세뱃돈은 가물에 콩나듯 했고,약과나 송화다식 등이 어린 손님들의 몫이었지요.

한 손에 두꺼운 종이를 펴들고 다른 손으로 꽃이 달린 소나무 가지를 잡아 당겨서 흔들면 노란 가루가 모아집니다.이렇게 갈무리한 송홧가루를 이듬해 설 꿀에 반죽해 갖가지 문양의 다식판에 찍어내면 송화다식이 되지요.

출근길 어느새 따가워지는 햇살을 손으로 가리며 올려다보니 도심 곳곳에 조경수로 심은 소나무 가지마다에도 수많은 송화가 빠금히 얼굴을 내밉니다.반가운 마음에 외쳐봅니다.“니들이 송화 맛을 아니.”

김인철 논설위원

2003-05-13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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