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명문대 합격생 무더기 배출 비결 / 대원외고 이경만 교사

美명문대 합격생 무더기 배출 비결 / 대원외고 이경만 교사

입력 2003-04-22 00:00
수정 2003-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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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했다.서울 대원외국어고 졸업생 36명이 무더기로 미국 유명대학에 합격한 비결이 무엇일까.한 학생은 무려 11곳의 대학에서 ‘러브콜’을 받았고 다른 학생은 하버드대에서 장학금을 약속받았다.

이들은 모두 이 학교의 유학준비 과정인 SAP(Study Abroad Program)를 이수한 학생들이다.조기유학을 떠나지 않아도 영어를 술술 말한다는 학생들은 미국에서도 최고로 손꼽히는 유명대학에 척척 붙었다.

그 비결을 알아보기 위해 21일 서울 광진구 중곡동 대원외고를 찾아 SAP 책임자인 이경만(李慶晩·44) 국제교류부장을 만났다.

●#장면1-SAP 2학년 영어작문 시간

한 교실에서는 벽안(碧眼)의 교사와 2학년 학생 20여명이 미국 단편소설을 놓고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미국인 교사는 빠른 속도의 영어로 연신 질문을 던졌다.

“주인공이 산에 오르는 결말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제목이 뜻하는 것은 무엇인가.”

학생들은 제각각 유창한 영어와 나름대로의 논리로 대답을 쏟아냈다.

교사는 “정답은 없다.”고 말했다.사물과 사람을 보는 것에 저마다 독특한 시각이 있기 때문이다.다만 나의 주장을 다른 사람이 공감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한편의 글을 쓰기 위해서 열띤 토론을 먼저 벌이도록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장면2-국제회의 현장에서 경험쌓는 여고생

조성은(17·2학년)양은 최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유엔환경계획(UNEP) 한국위원회가 주최한 ‘황사의 지역확산과 영향에 대한 국제회의’를 참관한 경험을 얘기했다.SAP 과정에서는 학과 이외 활동을 중시하는 외국대학의 성격에 맞춰 평소 다양한 경험을 쌓도록 한다.

조양은 “학교 수업도 중요하지만 평소 관심이 있던 국제회의를 지켜보는 일이 무척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한·중·일 3국의 황사 전문가들이 자국의 피해사례를 발표하고 대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정중한 말투로 서로의 이해관계를 조율해 나가는 외교 매너를 느낄 수 있었다.조양은 “토론을 지켜보면서 ‘외교’의 역할에 커다란 매력을 느끼게 됐다.”고 밝혔다.

●중도 포기자도 많아

이경만 부장교사는 “영재를 둔재로 만드는 한국 대학에는 비전이 없다.”고 주장했다.그는 “경쟁력있는 인재가 되려면 교육환경부터 남다른 곳을 찾아야 한다.”면서 “더 많이,더 철저하게 공부하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려는 아이들의 욕구 때문에 SAP가 결실을 거두고 있다.”고 자부했다.

1998년 시작된 SAP 과정은 철저한 학사관리로 이름이 높다.대원외고 학생은 누구나 지원만 하면 이 과정을 밟을 수 있다.하지만 영어를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탈락할 수밖에 없다.해마다 학년별로 평균 20∼30명이 “힘들어서 도저히 못하겠다.”며 중도 포기한다.

현재 1학년 61명,2학년 50명,3학년 79명이 새로운 도전을 위해 SAP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 부장교사는 이들이 하루종일 미국 대학입시 준비에 매달린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했다.학생들은 정규수업이 끝난뒤 특기적성시간을 이용,별도 수업을 받는다.외국대학의 입학전형에서는 고교 내신성적도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학과공부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방과 후 SAP 수업은 철저하게 영어를 제대로 가르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외국인 교사 5명은 학생들이 평소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영어로 제대로 표현할 수 있도록 두툼한 영어교재로 읽기,듣기,쓰기,말하기,어휘 등을 가르친다.미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인 학업적성시험(SAT)에 대비해 영어 문법 수업도 강도높게 이뤄진다.

●인성과 다양한 경험 중시

“학과 성적도 중요하지만 인성과 체력을 겸비한 인재를 뽑는 것이 외국 대학의 특징입니다.”

이 부장교사는 “학생들이 다양한 사회경험을 쌓도록 학교측이 배려하고 있다.”면서 “한 학생은 지난해 정당에서 인턴십 과정을 밟으면서 돋보이는 정책을 제안해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고 자랑했다.

이 학교 국제교류부 교무실에는 ‘SAP 재학생이 현장학습 때문에 결석하게 됐다.’는 공문이 쌓여 있다.그 내용도 학생들의 관심분야에 따라 ‘일주일의 영국대학 탐방’,‘체코 프라하에서 열리는 북한인권,난민문제 국제회의 참석’ 등 다양하다. 3년간 체계적인 SAP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은 3학년 12월말까지 외국의 희망대학에 정시전형 원서를 보낸다.SAT·토플 점수와 고교 내신성적,정성껏 작성한 영어 에세이를 모아 두툼한 입시원서와 함께 보내면 된다.별도의 시험없이 ‘서류전형’으로 합격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 부장교사는 “학교 선택에서 국제교류부의 상담교사 5명과 외국인 교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적성과 희망 진로에 맞는 대학을 고르고,장학금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각종 학사지원책을 검토한다.

“합격자의 3분의1 이상이 전액 장학금을 받습니다.그만큼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는 것입니다.”

●세계로 진출하는 학생들

‘세계로 뻗어가는 한국인이 되라.’가 대원외고의 교훈이다.SAP 과정을 통해 학생과 학교는 꿈을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 부장교사는 “현지 대학 관계자들이 ‘미국의 최고 두뇌와 경쟁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고 전했다.

지난해 4월에는 미국의 예일·시카고·듀크대 등의 관계자가 잇따라 학교를 찾아 우수한 학생의 지원을 부탁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이 부장교사는 “유학을 떠난 제자들이 이메일을 보내거나 학교를 찾을 때 가장 뿌듯하다.”면서 “학생들이 무한한 가능성을 펼칠 수 있도록 적극 도울 것”이라고 활짝 웃었다.

박지연기자 anne02@
2003-04-22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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