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SK사태가 남긴 것

[시론] SK사태가 남긴 것

선우석호 기자 기자
입력 2003-04-18 00:00
수정 2003-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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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스트증권이 SK㈜)의 대주주가 되면서 SK텔레콤을 비롯한 SK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게 되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졌다.크레스트는 SK㈜ 지분 14.99%를 확보해 SK㈜의 SK텔레콤에 대한 지배권을 무위로 돌려놓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매우 특이한 작전이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단일 외국인 지분이 15%를 넘는 경우 국내 기업도 외국인으로 간주된다.모든 외국인들의 지분이 49%를 넘는 경우 그 이상 보유한 외국인 지분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따라서 크레스트가 SK㈜의 지분 0.11%를 더 매입해 15%의 지분을 확보하면 SK㈜는 SK텔레콤에 대한 경영권 행사가 어려워진다.

크레스트측은 앞으로 많은 선택권을 갖고 있다.외국인으로 분류된 SK㈜)에 대한 완전 지배권을 확보하거나 0.11%의 지분을 더 사들여 SK텔레콤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적대적인 M&A(인수·합병)를 할 수 있다.SK그룹측은 이러한 요구를 전폭 수용하거나 대규모 우호세력을 결집해야 한다.우호세력을 확보한다고 해도 이들과 중요안건을 협의해야하므로 과거처럼 대주주 가족 중심의 선단식 경영은 어려워진다.

SK㈜는 오랫동안 수십조원의 주식가치를 가진 SK 텔레콤의 모회사면서도 기업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대표적 저평가 주식이다.과거에는 재벌에 대한 공격시 계열사 뿐만 아니라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중심의 재계가 나서 이를 막았다.국민정서도 외국인이 국내 기업을 헐값에 사는 것을 매우 배척하는 분위기였다.그런데 SK글로벌 회계부정 사건으로 인해 총수가 구속되고 경영권이 흔들리는 틈을 타 적대적 M&A를 감행하고 나선 것이다.

이번의 크레스트의 SK㈜ 대주주 출현 사건은 외국인에 의한 재벌기업 지주회사 M&A라고 볼 수도 있으나,국내 경영사의 관점에서 보면 향후 이들의 역할에 따라 가족중심 대주주 경영이 주주중심 경영으로 전환되는 큰 사건으로 기록될 수 있다.

오랫동안 저평가 주식을 들고 있었던 일반 주주들은 크레스트증권 덕분에 2주만에 40% 가까운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이 때문에 이사회를 통해 주가하락을 초래할 향후 기업결정에 반대의사를 표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또 적정 규모의 배당을 요구하며 경영 각 분야에 글로벌 스탠더드의 도입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따라서 SK글로벌에 대한 지원,현재 거론되는 주유소 체인을 높은 가격에 재매입한다는 등의 일을 하기가 어렵게 됐다.이를 은근히 기대했던 금융기관들의 입장에서 볼 때 실망스런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1900억원만 동원되면 이 같은 것을 할 수 있었던 국내 기업집단은 왜 잠잠했는가.재벌이 다른 재벌을 샀을 때 이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과거 삼성이 기아 매수에 관심을 기울일 때 온 국민이 얼마나 반대했었는지 기억이 생생하다.

기업이 적절한 방어를 구사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출자총액제한제는 기업에 많은 비용을 지불토록 한다.이는 주식을 헐값에 매각토록 유도함으로써 주주의 이익을 훼손하기도 한다.

SK사태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빨리 세계 기준에 적응해야 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정직하고 투명한 경영과 탄력적인 금융감독정책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웅변해 준 사례인 것이다.

선우석호 홍익대 교수 경영학
2003-04-1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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