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들어서 직업공무원을 주눅들게 하는 일들이 잇달아 일어나고 있다.각 부처 1급 공무원들의 전원사표와 대폭 물갈이가 있었고 연봉제,개방형공채제도,다면평가제가 도입되었으며 공무원채용제도가 전면적으로 재검토되고 있다.기업에서 먼저 시행하고 있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공직사회에 도입하려는 것이다.경직화된 공무원조직에 유연성을 불어넣으려는 이런 조치들이 당사자들에게는 그다지 마음 편한 일들이 아닐 것이다.
지난주에는 다시 공무원의 판공비가 도마에 올랐다.판공비 사용을 공개한다는 방침과 함께 청와대 한 수석의 “1000만원의 판공비를 쓰는 국장이 있다.”는 발언이 화제가 되었다.대한매일은 해설기사를 통해 그것이 사실과는 다르다는 해명성 기사를 실었지만,사설은 입장을 달리하여 이 문제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가 빠르게 변하는데 공직사회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그러나 공직자들의 자긍심에 상처를 주지 않고도 공직개혁을 해내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1급 공무원들에게 “집에 가서 건강관리하고 놀러 다니라.”는 발언이나 정부 국장들의 판공비를 언론과 시민단체가 감시해야 한다는 발언은 공직자들의 자긍심에 상처를 주는 일이다.
노무현 정부 실세들의 공무원 때리기에는 새 정부의 그다지 호의적이 아닌 직업공무원관이 반영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청와대 보좌진 인선에서 직업공무원들이 소외된 것만 보아도 그렇다.공무원은 언론과 시민단체에도 그리 우호적으로 평가 받는 집단은 아니다.조직이 크다 보니 바람 잘 날이 없고,그러다 보니 공무원 집단은 늘 비리와 부조리의 온상인 것처럼 그려져 왔다.그것이 누적되다 보니 국민들의 공무원에 대한 이미지 악화와 위상의 실추는 심각한 수준이다.
과잉주권의식을 가진 시민들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분명히 문제가 있는 민원인 데도 인허가를 미루었다가는 드센 항의에 멱살잡이를 당하는 일도 드물지 않고 툭하면 행정소송까지 당한다고 한 지방공무원은 하소연하고 있다.
유흥업소와 건축현장,그리고 각종 시위현장과 쟁의현장에서 수많은 불법이 자행되지만 모두 고발로 끝날 뿐 공무원들이 이를 단속할 수단도 없고 말발도 안 통한다는 것이다.교통단속을 하려 해도 혼자서는 드센 운전자들을 당할 수 없기 때문에 두 세명씩 팀을 만들어 단속에 나서는 실정이다.
이처럼 공무원 위신실추는 바로 법집행력의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공권력이 약해진다는 것은 국가가 국가 구실을 제대로 못한다는 말이 된다.나라가 제대로 서려면 공권력이 반듯이 서야 하고,공권력이 서려면 공무원의 권위가 서고 그들의 사기가 높아야 한다.
공무원들은 국정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집단이다.그들은 그들을 비판하고 질책하는 어느 집단보다도 직접적인 책임을 많이 지고 있다.일부 예외가 있지만 그들은 국가관이 뚜렷하고 맡은 일을 충직하게 해낸다.새 대통령과 함께 정부에 들어 온 엘리트들이 국정의 주역이겠지만,이들이 계획하고 추진하는 일들을 일선에서 실행하고 그 축적을 관리하고 전승하는 일은 직업공무원들의 몫이다.전자가 바늘이라면 후자는 실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둘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바늘 없는 실과 실 없는 바늘 모두 옷을 만들지 못한다.이 역할 분담을 지혜롭게 활용하는 것이 국정운영의 관건일 것이다.
공무원 독자를 많이 가진 대한매일은 이러한 공무원 사회의 심층단면을 좀 더 깊이 있게 살피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믿는다.
신우재 전 한국언론연구원장
지난주에는 다시 공무원의 판공비가 도마에 올랐다.판공비 사용을 공개한다는 방침과 함께 청와대 한 수석의 “1000만원의 판공비를 쓰는 국장이 있다.”는 발언이 화제가 되었다.대한매일은 해설기사를 통해 그것이 사실과는 다르다는 해명성 기사를 실었지만,사설은 입장을 달리하여 이 문제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가 빠르게 변하는데 공직사회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그러나 공직자들의 자긍심에 상처를 주지 않고도 공직개혁을 해내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1급 공무원들에게 “집에 가서 건강관리하고 놀러 다니라.”는 발언이나 정부 국장들의 판공비를 언론과 시민단체가 감시해야 한다는 발언은 공직자들의 자긍심에 상처를 주는 일이다.
노무현 정부 실세들의 공무원 때리기에는 새 정부의 그다지 호의적이 아닌 직업공무원관이 반영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청와대 보좌진 인선에서 직업공무원들이 소외된 것만 보아도 그렇다.공무원은 언론과 시민단체에도 그리 우호적으로 평가 받는 집단은 아니다.조직이 크다 보니 바람 잘 날이 없고,그러다 보니 공무원 집단은 늘 비리와 부조리의 온상인 것처럼 그려져 왔다.그것이 누적되다 보니 국민들의 공무원에 대한 이미지 악화와 위상의 실추는 심각한 수준이다.
과잉주권의식을 가진 시민들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분명히 문제가 있는 민원인 데도 인허가를 미루었다가는 드센 항의에 멱살잡이를 당하는 일도 드물지 않고 툭하면 행정소송까지 당한다고 한 지방공무원은 하소연하고 있다.
유흥업소와 건축현장,그리고 각종 시위현장과 쟁의현장에서 수많은 불법이 자행되지만 모두 고발로 끝날 뿐 공무원들이 이를 단속할 수단도 없고 말발도 안 통한다는 것이다.교통단속을 하려 해도 혼자서는 드센 운전자들을 당할 수 없기 때문에 두 세명씩 팀을 만들어 단속에 나서는 실정이다.
이처럼 공무원 위신실추는 바로 법집행력의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공권력이 약해진다는 것은 국가가 국가 구실을 제대로 못한다는 말이 된다.나라가 제대로 서려면 공권력이 반듯이 서야 하고,공권력이 서려면 공무원의 권위가 서고 그들의 사기가 높아야 한다.
공무원들은 국정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집단이다.그들은 그들을 비판하고 질책하는 어느 집단보다도 직접적인 책임을 많이 지고 있다.일부 예외가 있지만 그들은 국가관이 뚜렷하고 맡은 일을 충직하게 해낸다.새 대통령과 함께 정부에 들어 온 엘리트들이 국정의 주역이겠지만,이들이 계획하고 추진하는 일들을 일선에서 실행하고 그 축적을 관리하고 전승하는 일은 직업공무원들의 몫이다.전자가 바늘이라면 후자는 실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둘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바늘 없는 실과 실 없는 바늘 모두 옷을 만들지 못한다.이 역할 분담을 지혜롭게 활용하는 것이 국정운영의 관건일 것이다.
공무원 독자를 많이 가진 대한매일은 이러한 공무원 사회의 심층단면을 좀 더 깊이 있게 살피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믿는다.
신우재 전 한국언론연구원장
2003-04-15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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