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대화 수용 시사 안팎/ 北 ‘제2 이라크’ 우려 美 떠보기

다자대화 수용 시사 안팎/ 北 ‘제2 이라크’ 우려 美 떠보기

입력 2003-04-14 00:00
수정 2003-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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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핵 문제의 다자해결 방식을 수용할 가능성을 내비치기 시작한 것은 국제사회가 북한에 던진 ‘채찍(압력)’과 ‘당근(설득)’이 모두 주효했기 때문이다.그러나 자존심이 강한 북한의 최종 결정이 어떻게 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국제사회의 압력

북한 태도변화의 우선적인 요인은 국제사회의 압력이라고 볼 수 있다.북한은 이라크전이 마무리돼 가면서 국제사회의 이목이 평양으로 쏠리고,특히 미국이 군사적 해결 가능성을 시사하는 데 대해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던 것 같다고 정부 당국자는 전했다.

또 중국은 북한이 핵 위기를 고조시키던 지난 2월 북한과 연결된 원유 파이프를 사흘간 차단한 적이 있다.

북한은 원유의 80%와 식량의 5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지원은 필수적이며,이것이 중국의 압력 수단이 되고 있다.그동안 북·미 양자회담을 지지해왔으나 러시아도 최근에는 유엔의 경제제재를 반대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북한을 압박해왔다.

●북·미회담 가능 설득

북한 태도변화의 둘째 요인은 다자틀 속에서도 북·미 대화를 가능하도록 만들겠다는 설득이었던 것 같다.윤영관 외교부 장관은 베이징 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주변국의 다양한 채널을 통해 북한 지도부에 다자틀 속의 양자회담 방식이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북한의 외무성 대변인은 다자회담 수용을 시사한 논평에서 어차피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나라들은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기 때문에 결국 회담은 북·미를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란 뜻을 함께 시사했다.또 다자회담을 수용,대화가 시작될 경우 국제사회가 중유와 식량 등 경제적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시사도 북한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해결할 문제들 많아

북한이 일단 방향을 틀었지만 실제로 다자틀 속으로 들어오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미국 등의 반응이 수용할 만하다면 외무성 대변인의 성명이나 담화를 통해 다자회담을 기정사실화할 것이다.북한은 그러나 회담의 형식이나 의제 등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회담을 취소하거나 연기할 수도 있을 것으로 당국자들은 보고 있다.

이도운기자 dawn@
2003-04-1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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