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박물관 문화재 구입 일본시장에 ‘눈독’

중앙박물관 문화재 구입 일본시장에 ‘눈독’

입력 2003-04-07 00:00
수정 2003-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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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록펠러센터에서 열린 크리스티 경매에서 백제시대 반가사유상이 157만 5500달러(19억 7600만원)에 낙찰되어 화제가 됐다.

“한국의 국립박물관이 사들인 것 아니냐.”는 추측이 있었지만 국립중앙박물관은 경매장에 가지 않았다고 한다.백제불상이 드문 상황에서 사진으로는 최소한 보물급으로 보이는 작품인 만큼 참여하지 않은 것은 의외였다.

●美 크리스티에서 홀대받은 백제 반가사유상

중앙박물관의 ‘유물 구입 및 관리 총책’이라고 할 수 있는 신광섭 유물관리부장은 이렇게 설명했다.미술품은 열 사람이 좋다고 해도,한 사람 눈빛이 좋지 않으면 사지 않는다.크리스티가 사전에 보내온 정보를 내부 검토한 결과 내용에 비하여 너무 비싸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는 것이다.경매에서는 낙찰가격에 10∼15%의 수수료가 붙는 만큼 반가사유상의 최종구입가는 22억∼23억원에 이르게 된다.

보통 유물구입은 중앙박물관 내부에서 예비평가위원회를 열어 사들이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나오면 유물선정위원회에 올리고,여기서 통과되면 문화재위원회에 상정하는데 이번에는 내부 직원들 눈빛부터가 좋지 않았던 셈이다.이 불상의 낙찰가는 크리스티가 예상한 최고 180만달러(22억 5700만원)에 크게 못미쳤다.‘초특급 유물’은 아니라는 중앙박물관의 평가능력이 어느 정도 입증된 셈이다.

그러나 같은 날 경매가 이루어진 박수근의 서양화 ‘한일’(閑日)과 김준근의 풍속화첩은 각각 112만 7500달러(16억원)와 32만 1100달러(4억원)에 낙찰됐다.크리스티의 예상 최고가가 각각 30만달러(3억 7600만원)와 7만달러(8800만원)였던 것에 비하면,백제불상은 크게 홀대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올 유물구입비 70억원

올해 중앙박물관의 유물구입비는 70억원.많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지 않겠지만,이 반가사유상 같은 유물이라면 4점도 채 구입하지 못할 ‘소액’이다.그래도 소더비나 크리스티 등 경매회사에는 귀중한 고객이 아닐 수 없다.‘물건’을 미리 보자고 하면 언제든지 한국으로 가져온다고 한다.다만 보험료에 직원 출장비가 붙어 값은 그만큼 오르기 마련이다.

지난 97년 3월 뉴욕의 소더비 경매에서 71만 7500달러(당시 환율로 6억 3000만원)에 낙찰되어 화제를 모았던 ‘사불회탱’(四佛會幀)도 중앙박물관이 구입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처음엔 ‘신원을 알 수 없는 한국인’이 산 것으로만 알려져 더욱 호기심을 자극했었다.

실제로 박물관에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중앙박물관이 한번 언급할 때마다 유물 값이 억 단위로 뛴다.”는 격언이 있다.국립박물관이 관심을 보일 정도이니 유물의 가치는 증명됐고,확실한 원매자도 나타났으니 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따라서 중앙박물관의 유물구입은 극도의 보안이 생명이라는 것이다.

●거품빠진 일본, 거래가 30%수준 하락

중앙박물관이 지금 가장 공을 들이는 문화재 시장은 일본.이른바 버블시대가 막을 내리고,경제상황이 악화되면서 유물의 거래값이 경기가 좋을 때의 3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다.올해 유물구입에 지출한 25억원도 모두 일본시장에서 쓴 것으로 알려졌다.

신광섭 부장은 “용산 박물관의 외국실 설치를 앞두고 많은 동양유물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하고 “전시및 연구용 유물을 갖추려면 일본 문화재 시장이 저평가되어 있는 지금이 놓칠 수 없는 호기”라면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서동철기자 dcsuh@
2003-04-07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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