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시간이 지날 무렵,인천 지하철에서 문득 승객들이 눈에 들어온다.신문을 펼친 이,다리를 포갠 표정 없는 이,꾸벅꾸벅 조는 이와 휴대전화에 열중하는 이들이 보인다.서른 명 정도의 생면부지들이다.대구 지하철도 그때 이런 모습이었겠지.인천 지하철의 차량도 대구와 비슷하다는데,나도 저이들도 어느 날 갑자기 희생될 수 있겠다.이 시대 회색도시에 사는 불특정 다수는 대구의 희생자의 불행과 절연되지 않았다는 걸 깨닫는다.
1970년대 지하철은 “의자 밑 손잡이를 앞으로 당기면 전동차 문을 손으로 열 수 있다.”는 방송을 거듭했는데,낡은 열차의 소음에 묻혔는지 안내방송도 분명치 않다.광고판이 실내외에서 시야를 차단하는 요즘,도시의 지하철은 잡상인이나 걸인의 호객과 전도사들의 선무 소음,그리고 휴대전화 소음으로 점령당한 느낌이다.그러고 보니 인천 전동차의 비상 손잡이는 출입문 위 잘 안 보이는 곳에 있다.대구는 어디에 있을까.인천 지하철 승무원은 최근 비상전화 설치 사실을 승객에게 알려주기 시작했다.다소 안심인데,혹사당한다는승무원은 충원되었을까.요금은 인상된다는데.
살고 있는 아파트는 악취로 악명 높은 남동공단과 이웃하고 있다.따라서 차단녹지가 필수일 텐데,어찌된 영문인지 한국에서 가장 저렴하다는 초대형 양판점이 녹지를 떡 차지하고 앉았다.그래서 몰려드는 승용차로 왕복 8차선 도로는 주말마다 엉킨다.그 정도에서 그치는 게 아니다.개업 때 구경갔다가 인파에 밀려나야 했던 그 양판점이 문을 열자 아파트 상가들은 그만 파리를 날리기 시작했다.양판점의 물건값이 저렴해질수록 비정규 생산직 사원의 고단함은 그 정도가 더해질지 모르겠다.
매립된 갯벌을 파헤치고 들어선 양판점은 삼풍백화점과 같은 다중이용 시설이다.삼풍백화점을 가본 적 없는 나는 조립식 기둥과 패널들을 이어 붙여 순식간에 3층 높이로 완공하는 과정을 신기하게 내려다 볼 수 있었는데,상식은 없지만 그 건물은 위험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그 양판점과 연결된 인천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면서도 역시 화재에 휩싸이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같은 자리에 포탄이 다시 떨어지지 않듯,같은 실수는 반복되지 않을 것으로 믿고 싶은 까닭이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복잡하기만 한 회색도시에서 주어진 편의에 구속되어 살아가야 하는 시민들은 사고가 발생할 적마다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인다.생면부지의 공간에서 철저히 소외돼,영문을 알 수도,속내를 털어놓을 이웃을 만날 공간도 수단도 찾을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기획은 물론 건설과 운영과정에서 철저히 소외된 시민들은 지하철과 양판점에서만 불안함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투자 가치로 평가되는 아파트,속도가 미덕인 도로,문턱 높은 관공서,선행 교육이 판치는 학교에서 그저 이방인일 따름이다.
이제 익명성 회색도시에 생태적 대안을 모색하면 어떨까.공급자보다 소비자인 시민들의 참여가 투명하게 보장되는 도시,다정한 이웃을 만날 수 있도록 자연이 도입된 도시,속도보다 휴식이 보장된 도시라면 어떨까.한 시민단체는 자전거에 상을 드렸다.자연에 대한 존경심을 회복하여 이웃 사이의 관계를 되살리려는 시민운동의 일환이다.자전거는 도시의 생태성을 웅변한다.대표가 물푸레나무인 환경단체도 있다.물푸레나무가 잘 살 수 있는 생태환경을 위한 시민운동을 전개한다.
돈과 권력과 속도가 아니라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도시에서 대안을 찾자는 시민운동이다.바로 생태도시의 완성인데,우리의 대안이면 어떨까.
박 병 상 인천 도시생태연구소 소장
1970년대 지하철은 “의자 밑 손잡이를 앞으로 당기면 전동차 문을 손으로 열 수 있다.”는 방송을 거듭했는데,낡은 열차의 소음에 묻혔는지 안내방송도 분명치 않다.광고판이 실내외에서 시야를 차단하는 요즘,도시의 지하철은 잡상인이나 걸인의 호객과 전도사들의 선무 소음,그리고 휴대전화 소음으로 점령당한 느낌이다.그러고 보니 인천 전동차의 비상 손잡이는 출입문 위 잘 안 보이는 곳에 있다.대구는 어디에 있을까.인천 지하철 승무원은 최근 비상전화 설치 사실을 승객에게 알려주기 시작했다.다소 안심인데,혹사당한다는승무원은 충원되었을까.요금은 인상된다는데.
살고 있는 아파트는 악취로 악명 높은 남동공단과 이웃하고 있다.따라서 차단녹지가 필수일 텐데,어찌된 영문인지 한국에서 가장 저렴하다는 초대형 양판점이 녹지를 떡 차지하고 앉았다.그래서 몰려드는 승용차로 왕복 8차선 도로는 주말마다 엉킨다.그 정도에서 그치는 게 아니다.개업 때 구경갔다가 인파에 밀려나야 했던 그 양판점이 문을 열자 아파트 상가들은 그만 파리를 날리기 시작했다.양판점의 물건값이 저렴해질수록 비정규 생산직 사원의 고단함은 그 정도가 더해질지 모르겠다.
매립된 갯벌을 파헤치고 들어선 양판점은 삼풍백화점과 같은 다중이용 시설이다.삼풍백화점을 가본 적 없는 나는 조립식 기둥과 패널들을 이어 붙여 순식간에 3층 높이로 완공하는 과정을 신기하게 내려다 볼 수 있었는데,상식은 없지만 그 건물은 위험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그 양판점과 연결된 인천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면서도 역시 화재에 휩싸이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같은 자리에 포탄이 다시 떨어지지 않듯,같은 실수는 반복되지 않을 것으로 믿고 싶은 까닭이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복잡하기만 한 회색도시에서 주어진 편의에 구속되어 살아가야 하는 시민들은 사고가 발생할 적마다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인다.생면부지의 공간에서 철저히 소외돼,영문을 알 수도,속내를 털어놓을 이웃을 만날 공간도 수단도 찾을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기획은 물론 건설과 운영과정에서 철저히 소외된 시민들은 지하철과 양판점에서만 불안함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투자 가치로 평가되는 아파트,속도가 미덕인 도로,문턱 높은 관공서,선행 교육이 판치는 학교에서 그저 이방인일 따름이다.
이제 익명성 회색도시에 생태적 대안을 모색하면 어떨까.공급자보다 소비자인 시민들의 참여가 투명하게 보장되는 도시,다정한 이웃을 만날 수 있도록 자연이 도입된 도시,속도보다 휴식이 보장된 도시라면 어떨까.한 시민단체는 자전거에 상을 드렸다.자연에 대한 존경심을 회복하여 이웃 사이의 관계를 되살리려는 시민운동의 일환이다.자전거는 도시의 생태성을 웅변한다.대표가 물푸레나무인 환경단체도 있다.물푸레나무가 잘 살 수 있는 생태환경을 위한 시민운동을 전개한다.
돈과 권력과 속도가 아니라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도시에서 대안을 찾자는 시민운동이다.바로 생태도시의 완성인데,우리의 대안이면 어떨까.
박 병 상 인천 도시생태연구소 소장
2003-03-1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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