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참사/유족등 외상후 스트레스 심각 “살려달라 딸의 절규 맴돌아”

대구지하철 참사/유족등 외상후 스트레스 심각 “살려달라 딸의 절규 맴돌아”

입력 2003-02-22 00:00
수정 2003-02-22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눈만 감으면 살려달라고,꺼내달라고 울부짖던 딸의 마지막 목소리가 귀에서 계속 맴돕니다.”,“매일 밤 실종된 작은 숙모가 불길에 휩싸여 발버둥치는 꿈을 꿉니다.뜨거운 열에 제 몸도 타는 것 같아요.”

대구 지하철 화재 사건 희생자들의 유가족이 두통과 불면증,악몽 등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유족들은 “잊으려 애를 써도 가족이 비참하게 숨진 장면이 떠올라 눈물이 끝도 없이 흘러나온다.”고 괴로워하고 있다.

희생자 합동분향소 근처에 마련된 무료진료소에는 하루 평균 150∼200여명의 유가족이 찾아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아비규환의 불구덩이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온 생존자들도 괴롭기는 마찬가지다.

1080호 전동차에 탔던 김운경(19)양은 “어렸을 적 집에 큰 불이 났던 기억까지 되살아났다.”면서 “형광등을 끄거나 가족이 옆에 없으면 검은 연기가 떠올라 편히 잠들지 못한다.”고 울먹였다.

호흡기 질환으로 대구 동산의료원에 입원 중인 한 60대 여성은 “‘지하철’이라는 말만 들어도 빛이라곤 찾아볼 수 없던 당시 상황이떠올라 심장이 두근거린다.”면서 “그럴 때는 온 가족에게 다시는 지하철을 타지 않겠다는 확답을 받아야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지난 95년 대구 상인동 지하철 가스폭발 사건 당시 아들을 잃은 정덕규(50)씨는 “장례식을 치를 때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에 대한 분노와 원망,공포감이 끝없이 밀려온다.”면서 “감정을 애써 억누르지 말고 솔직하게 행동하는 게 낫다.”고 충고했다.

대성통곡하거나 큰 소리를 질러 마음 속에 쌓인 분노의 ‘짐’을 벗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씨는 특히 “유가족은 ‘이왕 죽은 사람은 잊어라.’는 주변의 위로에 오히려 더 큰 상처를 입는다.”면서 “일상으로 돌아가면 유가족끼리 함께 만나 아픔을 공유하면서 서서히 극복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심리상담 전문가 박옥순(30)씨는 “외상후 스트레스는 사고 직후보다는 시간이 흐르면서 더 많이 나타난다.”면서 “저절로 치료되긴 하지만 만성이 될 수도 있으니 무기력증,우울증이 계속되면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2003-02-22 2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쿠팡 가입유지 혹은 탈퇴할 것인가?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의혹 이후 진정성 있는 사과보다는 사태 축소에 급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30~31일 국회 청문회에서 보여준 관계자들의 불성실한 태도 또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쿠팡 측은 이러한 논란에도 '탈퇴 회원은 많지 않다'고 발표했습니다. 과연 여러분은 앞으로도 쿠팡 회원을 유지하실 생각입니까?
1. 유지할 계획이다.
2. 탈퇴를 고민 중이다.
3. 이미 탈퇴했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