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하철화재 실종 10대소녀 아버지에게 마지막 휴대폰 통화

대구 지하철화재 실종 10대소녀 아버지에게 마지막 휴대폰 통화

입력 2003-02-19 00:00
수정 2003-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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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못쉬겠어요.나 엄마 사랑하는 거 알지?”

“아빠 문이 안 열려요.살려 주세요.”

아비규환의 순간에 지하철 승객들은 가장 먼저 사랑하는 가족에게 휴대전화를 걸어 구조를 요청했다.

마치 뉴욕 9·11테러 사건 당시 ‘최후의 통화’를 연상케 하는 안타까운 장면이었다.

18일 낮 대구 중앙로역의 사고 지하철에 타고 있던 하재연(27·여·수성구 상동)씨는 객차에 불이 번지는 순간 본능적으로 어머니 박중순(46)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딸은 “여기 중앙역인데 지하철에 불이 붙었어요.연기가 막 들어오고 있어서 숨을 못쉬겠어요.엄마 무서워.”라고 외쳤다.가슴이 내려앉는 듯한 충격 속에 어머니는 “엄마가 갈 테니 조금만 참아.괜찮을 거야.”라고 달랬다.

급박한 상황이었기에 전화는 곧 끊겼다.다시 걸려온 전화에서 딸은 “연기가 들어와서 말을 많이 못하겠어.엄마,숨 막혀.사랑해,알지.”라고 울먹였다.

황급히 택시를 잡아타고 중앙역쪽으로 이동하던 어머니는 “침착해야 살 수 있어.겁 먹으면 안돼.”라고 소리쳤다.어머니는 계속 딸에게전화를 걸었지만 더 이상 딸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마지막 대화는 아니었다.극적으로 구조된 딸은 동산병원에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어머니는 이리뛰고 저리뛴 끝에 딸을 찾아내 부둥켜 안고 “살아줘서 고맙다.널 잃는 줄만 알았다.”며 눈물을 흘렸다.유가족의 절규에 차마 안도하는 표정도 지을 수 없었다.

“지하철에 불이 났어요.아빠 문이 안열려… 어떻게 해. 어떻게 해.”

생사가 엇갈린 순간 이미영(19·경북 왜관읍)양도 휴대전화로 아버지에게 다급하게 구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딸의 목소리는 이내 비명과 고함,울음소리에 파묻혔고 전화도 꺼져버렸다.이들 부녀에게는 서로의 애끓는 심경을 주고받을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아버지는 밤늦게까지 화재현장과 병원을 오가며 애타게 딸의 이름을 불러댔다.

이날 기적적으로 목숨을 구한 승객들은 “캄캄한 지하철 안에서 서로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어 ‘살려 달라.’고 애원했다.”면서 “그것만이 유일한 위안이었다.”고 고개를 떨궜다.

특별취재반
2003-02-1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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