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 - 유럽의 운명/보헤미안·이집타노… 편견과 오해 털어낸다

집시 - 유럽의 운명/보헤미안·이집타노… 편견과 오해 털어낸다

입력 2003-02-07 00:00
수정 2003-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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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에트 아세오 지음 / 김주경 옮김 시공사 펴냄

중세 말,이국적인 차림의 유랑자 한 무리가 십자군 원정 행렬에 역행하는 길을 따라 유럽으로 들어왔다.사람들은 그들을 ‘보헤미아에서 온 사람’(보헤미안)이라고 했고,‘이집트에서 온 사람’(이집타노)이라고도 했다.이들이 바로 집시다.

집시는 지역에 따라 ‘치가니’(헝가리),‘치고이너’(독일),‘기타노’(이탈리아) 등으로도 불렸다.하지만 그들이 어디서 온 사람들이며 어떤 자들인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떤 민족과도 확연히 구분되는 독특한 외모,외부의 공격을 거부하는 강렬한 눈빛,마차를 타고 무리지어 다니며 한 곳에 머물지 않고 계절의 변화에 따라 유랑하는 습성.이런 생활방식 때문에 오늘날 ‘집시’ 또는 ‘보헤미안’이라는 말은 정형화된 사회의 틀에 갇히지 않는 자유로운 라이프 스타일의 대명사로 불린다.

시공디스커버리총서의 하나로 출간된 ‘집시-유럽의 운명’(앙리아트 아세오 지음,김주경 옮김,시공사 펴냄)은 중세 이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유럽 역사에서의 집시들의 위치를 통시적으로 훑은 집시문명사다.

집시는 유럽이라는 거대대륙의 배척과 경멸적인 시선에 맞서 스스로를 ‘롬’이라 칭하고 롬이 아닌 사람들을 ‘가드조’라고 불렀던 자부심 강한 민족이다.이들은 타고난 강한 근성과 체력 덕분에 16∼18세기 동유럽 영주들의 용병으로 활약했는가 하면 탁월한 음악성을 인정받아 궁정음악가로 화려한 전성기를 누리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유럽인들은 어떤 경우에도 그들을 자신들과 동렬에 두지 않았다.19세기 들어 유럽인들이 집시를 대하는 태도 속에는 신비감 대신 의심이,매혹 대신 불신이 자리잡기 시작했다.집시들은 잇단 추방령과 정착화 정책,독일 나치즘의 인종말살 정책 등 불행한 운명과 맞서 싸웠다.

집시의 역사를 연구하는 몇 안되는 전문가 가운데 한 명인 저자는 이 책에서 무엇보다 집시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걷어내는 데 주력한다.멜랑콜리 가득한 음악과 신비로운 점술세계,공동체 생활과 축제 등 풍요로운 문화를 꽃피워온 집시들의 역사를 인문학의 영역에서 객관적으로 다룬다.이 책은 민족적소수자들을 대하는 태도가 한 국가의 사회적 성숙도를 가늠하는 척도임을 깨우쳐 준다.7000원.

김종면기자
2003-02-0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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