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유명한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1797∼1856)는 문학으로 명성을 날렸으나 파란 많은 일생을 보냈다.그 아내는 마음 고생을 하며 엄청난 ‘바가지’를 긁었던 모양이다.하이네는 유서에 이렇게 썼다.“나의 모든 것은 아내에게 남기는데,단지 한가지 조건이 있다.즉,반드시 재혼할 것.그래야 세상의 한 사나이라도 나의 죽음을 슬퍼할 것이다.”
유서하면 죽음이 떠오른다.유서를 쓰고 세상을 산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하지만 오늘날은 사정이 달라졌다.몇 년 전부터 우리 사회에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유서 쓰기가 ‘붐’을 이루고 있다.죽음에 대한 준비문화가 싹트기 시작했다는 방증일 것이다.젊은 세대에까지 유서 쓰기 운동이 벌어져 인터넷 공간에선 이벤트가 등장할 정도다.유서의 사연들은 지극히 사적인 내용이지만,가족이나 친구에게 평소 쉽게 전하지 못했던 말들을 담고 있다.유서를 쓰는 이유는 자신을 정리하고 반성하며 언제 닥칠지 모르는 죽음을 긍정적으로 맞기 위해서다.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결산하기 위함이라는 이야기도 있다.유서는 자신이 아니라 남에 대한 마지막 배려다.
시민단체와 관련이 있는 어느 신문이 올 한 해 동안 ‘아름다운 유서 쓰기 운동’을 펼치기로 했다고 한다.이 운동은 박원순 아름다운 재단 상임이사가 최근 펴낸 ‘성공하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습관,나눔’이란 책을 통해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보내는 자신의 유서를 공개한 데서 시작됐다.박 이사는 유서에서 “자녀들은 돈이나 지위 이상의 더 큰 가치가 있는 인생을 살아주기 바라고,빚이 더 많은 통장을 받을 아내에게 미안함과 한없는 고마움을 전한다.”고 적었다.
어떻게 보면 인간은 출생과 더불어 죽음을 잉태한 존재로 볼 수 있다.죽음이 삶의 현실로,거부할 수 없는 것이라면 정면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죽기 전에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뜻을 밝히면 삶이 훨씬 진지해질 것이다.삶이 헝클어질 때마다 써놓은 유서를 읽어 보면 마음이 다잡힐 것은 물론이다.오늘 옷깃을 여미고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을 유서를 써보자.사랑하는 사람에게 조용히 ‘아름다운’ 유서를 쓰는 것도 인생의 또 다른 멋이 아닐까한다.
이건영
논설위원 seouling@
유서하면 죽음이 떠오른다.유서를 쓰고 세상을 산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하지만 오늘날은 사정이 달라졌다.몇 년 전부터 우리 사회에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유서 쓰기가 ‘붐’을 이루고 있다.죽음에 대한 준비문화가 싹트기 시작했다는 방증일 것이다.젊은 세대에까지 유서 쓰기 운동이 벌어져 인터넷 공간에선 이벤트가 등장할 정도다.유서의 사연들은 지극히 사적인 내용이지만,가족이나 친구에게 평소 쉽게 전하지 못했던 말들을 담고 있다.유서를 쓰는 이유는 자신을 정리하고 반성하며 언제 닥칠지 모르는 죽음을 긍정적으로 맞기 위해서다.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결산하기 위함이라는 이야기도 있다.유서는 자신이 아니라 남에 대한 마지막 배려다.
시민단체와 관련이 있는 어느 신문이 올 한 해 동안 ‘아름다운 유서 쓰기 운동’을 펼치기로 했다고 한다.이 운동은 박원순 아름다운 재단 상임이사가 최근 펴낸 ‘성공하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습관,나눔’이란 책을 통해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보내는 자신의 유서를 공개한 데서 시작됐다.박 이사는 유서에서 “자녀들은 돈이나 지위 이상의 더 큰 가치가 있는 인생을 살아주기 바라고,빚이 더 많은 통장을 받을 아내에게 미안함과 한없는 고마움을 전한다.”고 적었다.
어떻게 보면 인간은 출생과 더불어 죽음을 잉태한 존재로 볼 수 있다.죽음이 삶의 현실로,거부할 수 없는 것이라면 정면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죽기 전에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뜻을 밝히면 삶이 훨씬 진지해질 것이다.삶이 헝클어질 때마다 써놓은 유서를 읽어 보면 마음이 다잡힐 것은 물론이다.오늘 옷깃을 여미고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을 유서를 써보자.사랑하는 사람에게 조용히 ‘아름다운’ 유서를 쓰는 것도 인생의 또 다른 멋이 아닐까한다.
이건영
논설위원 seouling@
2003-01-2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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