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男女女]면도와 화장

[男男女女]면도와 화장

문소영 기자 기자
입력 2003-01-17 00:00
수정 2003-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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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은 집에서 하고 나오면 안되나요? 립스틱 정도 바르는 거야 애교라고 치자고요.무릎에 화장대를 차려놓고 스킨·로션부터 시작해서 분바르고,눈썹 그리고,눈썹 올리고,볼화장하고….남자들이 지하철에서 얼굴에 비누거품 칠하고 면도한다고 생각해 봐,보기 좋겠어요?”

50대 남자가 잔뜩 찌푸리고 지하철에서 화장하는 여자들을 성토한다.가끔 지하철 유리창을 거울 삼아 립스틱을 칠한 일이 있어 찔끔했다.그렇게 보기가 싫을까 갸우뚱했더니,그 남자는 “남자도 사무실에서 전기 면도기로 수염 문지르는 후배는 꼴도 보기 싫다.”고 일갈한다.그러니까 밖에서 타인에게 보여도 되는 행동과,감춰야 할 행동 사이에 엄연한 구별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늘 화장을 곱게 하고 나오는 한 여성은, 지하철에서 화장하는 여자들을 보면 “어쩜 저렇게 뻔뻔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아름다워 보이려고 화장을 한다지만,대중 앞에서 변신하는 여자는 전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화장발’로 시시각각 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옆에서부끄러운 마음이 들더라고 말했다.

미국에 사는 여동생을 보러 갔을 때다.음식점에서 식사를 마친 뒤 한국에서 하듯,손거울을 꺼내 치아에 끼인 음식물이 없는지 살펴보고 립스틱을 꺼내 바르려고 했다.이때 동생이 난처한 표정으로 옆구리를 꾹 찔렀다.“여기서는 아무도 그렇게 안한다.”는 것이다.식당은 남들과 함께 있는 공공장소이고,화장은 화장실에서 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국내에서는 화장실을,우환을 덜어낸다는 ‘해우소’나 ‘뒷간’또는 직설적으로 ‘변소’라고 불렀다.하지만 서양에서 ‘화장실’이란 볼 일도 보고,귀부인이 머리를 손질하거나 드레스를 고쳐입는 문화공간이었다.의자까지 놓아두고 오랫동안 수다를 떨어도 되는 곳이니,당연히 화장도 화장실에서만 고쳤다.

요즘은 백화점이나 지하철의 잘 설계된 화장실에는 손씻는 세면대와 화장 고치는 공간이 따로 마련될 만큼 바뀌고 있다.서구화하는 사회 분위기에 맞춰 화장실 문화도 서양식을 도입했다고 볼 수 있겠으나 문화란 형식만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내용이 따라와 줘야 하는 법이다.

출근길에 화장하는 여자들의 속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5분만 더 자고 싶은 심정에 떠밀린 미혼여성도 있을 터이고,남편 출근길과 자녀 등교길을 챙기느라 정작 본인은 맨얼굴로 뛰어나왔을 수도 있다.

그래도 화장을 버스·지하철 같은 공공장소에서 하는 일은 피하는 것이 좋겠다.과문한지 모르겠으나 아침마다 지하철과 같은 공공장소에서 면도한다는 남자는 아직 보질 못했다.여자들도 이제 스스로 품위와 체면을 지켜야 한다.굳이 시간이 없다면 화장을 안할 수도 있고,회사에 도착한 직후 화장실에서 ‘1분 스피드 화장’을 할 수도 있다.

아는 사람의 눈만을 신경쓸 것이 아니라,낯 모르는 사람들에게 어떤 여자로 보일까를 생각하는 염치가 필요하다.

문소영기자 symun@
2003-01-17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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