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담당자 뜨고 애널리스트 지고

IR담당자 뜨고 애널리스트 지고

입력 2002-12-31 00:00
수정 2002-12-31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뒤바뀐 ‘왕자와 거지’?

공정공시제 도입이 상장·코스닥기업들의 IR(기업설명회) 담당자와 애널리스트들의 처지를 바꿔놓고 있다.애널리스트가 어떻게 보고서를 써주느냐에 따라 주가의 명암이 갈리던 공정공시 이전엔 IR담당자들은 하나라도 더 유리한 정보를 흘리려고 애널리스트들을 ‘극진하게’ 모셨다.하지만 공정공시이후 IR팀원들의 입에 ‘자물쇠’가 달리면서 상황은 역전됐다.정보를 캐내려니 애널리스트들은 사근사근해질 수 밖에 없고,정보를 쥔 IR팀원들은 돌연 어깨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하고 있다.

체계적 IR 개념없이 인간관계에 의존해오던 벤처나 소규모 기업일수록 이같은 관계 역전현상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A증권사 IT(정보기술) 담당 연구원은 “공정공시 이전엔 기업탐방을 나서면 작은 기업체일수록 사장까지 나와 대접해주곤 하던 것이 최근엔 기업방문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로 돌변했다.”면서 “과거에 맺어둔 인간관계를 동원,IR팀원들을 구스르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털어놨다.

B증권사 건설담당 연구원은 “과거 애널리스트들은 주식 주문권을 쥔 펀드매니저들만 신경쓰면 됐지만 이젠 IR담당까지 챙겨야 할 판이 됐다.”고 말했다.C증권사 투자전략팀장도 “경영컨셉이 주주 및 주가 중시 등으로 바뀌며 IR 강화 추세가 이어져온 마당에 공정공시까지 겹쳐 IR담당들의 주가는하늘을 찌르고 있다.”고 말했다.

갑자기 ‘비싸진’ IR팀원들에게서 입체적인 분석자료를 얻어내기 위해 애널리스트들은 갖은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D증권사 금융담당자는 “정치한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꼭 필요한 기초자료를 기업 쪽에서 내놓지 않는 경우도 있다.”면서 “이럴땐 울며겨자먹기로 보고서에는 쓰지 않기로 약속한 뒤 참고만 한다.”고 말했다.

E증권사 벤처담당자는 “기업탐방을 통해 구체적인 수치 등 실적 관련 자료를 얻기는 하늘의 별따기”라면서 “마음을 비우고 기술동향 등 산업의 흐름을 추적하거나,협회 등을 통해 얻은 1차 통계자료를 가공해 실적을 추리하는 등 온갖 방법을 다 쓴다.”고 토로했다.

취지는 공감하지만 제도가 완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정공시가 오히려 시장 교란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는 불만도 터져나온다.한 관계자는 “공정공시를 빌미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마치 대규모 프로젝트가 진행중인 것처럼 시늉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아무것도 아닌 건수들이 꽤 있었다.”면서 “제도의 효과가 십분 발휘되려면 IR팀 위상만 높아질게 아니라 시장이 궁금해하는 자료들을 적절하게 가공해 공개할 수 있을 만큼 업무역량도 향상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정숙기자
2002-12-31 1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불장인 국내증시에서 여러분의 투자성적은 어떤가요?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거듭 경신하며 5000선에 바짝 다가섰다. 연초 이후 상승률은 15% 안팎으로, 글로벌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가파르다. 하지만 개인투자자 수익률은 외국인의 절반에 그치고 있다. 여러분의 수익률은 어떤가요?
1. 수익을 봤다.
2. 손해를 봤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