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그것이 미술일까?’ 신시아 프리랜드 지음

‘과연 그것이 미술일까?’ 신시아 프리랜드 지음

입력 2002-12-27 00:00
수정 2002-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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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수표 같은 현대추상화 앞에서 난감한 표정을 짓다가 솔직히 고백하고 말때가 있다.“그런데,저게 왜 미술(예술)이지?”

미국 휴스턴대 철학교수인 신시아 프리랜드가 쓴 ‘과연 그것이 미술인가?’(전승보 옮김,아트북스 펴냄)는 그렇게 순진한 물음에서 논의를 시작한다.우선 결론부터.예술이란 파르테논 신전이나 보티첼리의 비너스,미켈란젤로의 다비드 같은 아름다움에 관한 것만은 아니란 전제다.

그 엄연한 결론으로 향해가는 길목길목에 제의론·형식론·표현론·포스트모던이론 등 해박한 미술적 지식이 두루 동원됐다.

충격적이고 신성 모독이란 이유로 격론을 부른 20세기 현대미술의 몇몇 테마가 논의를 끌어가는 소재.영국의 전위예술가 데미안 허스트가 유리진열장속에 전시한 죽은 상어와 토막난 암소,코끼리 똥을 사용한 크리스 오필리의‘성모 마리아’,작가의 오줌을 사용한 안드레스 세라노의 사진작품 ‘오줌예수’….현대미술 비평가들의 따가운 입길에 오른 문제작들은 과연 어떤 배경에서 미술적 가치를 확보한 걸까.

지은이는 예술의 형식과 다양성에서 해답을 찾는다.철학자 조지 디키를 인용해 “어떤 사회제도를 대표해 활동하는 사람들에 의해 감상의 후보로서 지위를 부여받아온 인공물”로 예술을 풀이한다.1960년대 미국 팝아트를 이끈앤디 워홀의 ‘예술 같지 않은 작품’이 인정받는 이유도 맥을 같이한다는것.워홀이 슈퍼마켓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렇고 그런 상자 같은 ‘브릴로박스’를 전시했을 때 미국의 철학자 아서 단토는 이렇게 해석했다.“브릴로 박스를 통해 워홀은 적절한 상황과 이론이 주어진다면 어떤 것도 예술품이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예술작품은 의미를 구현하는 대상물이다.작품을 예술로 구성해 주는 어떤 ‘해석’없이는 어떤 것도 예술작품이 아니다.”

시대적 상황과 특정 작품을 예술로 규정해 주는 해석(이론)이 뒷받침될 때그 어떤 것도 예술품이 될 수 있다는 논지다.

미학의 개론적인 탐구도 일반 독자로서는 흥미롭다.장미는 아름답고 바퀴벌레는 추하다는 연상은 어디서 비롯될까.흄과 칸트 두 철학자의 견해부터 다르다.흄은 미의 판단기준을 교육과 경험에근거한 ‘상호주관적’인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칸트는 사람의 선호가 아닌 예술작품 자체의 특질에 기초한다고 주장했다.“아이들의 시선이 유독 오래 머무는 얼굴 유형이 있듯,아름다운 것은 ‘목적없는 합목적성’을 갖고 있다.”는 게 칸트의 논리다.

모두 7개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장마다 흥미로운 포인트가 제각각이다.세계의 유명 박물관과 미술관을 자유롭게 넘나드는가 하면(4장),예술가의 개인적 삶과 예술과의 관계를 탐구하고(5장),해석(이론)을 통해 예술이 어떻게자리잡는지(6장) 등을 입체적으로 짚었다.

솔직한 제목만큼이나 책의 의미도 명쾌하다.예술(특히 현대예술)이란 어렵게 풀어야 하는 수수께끼가 아니란 사실을 귀띔한다.1만 3000원.

황수정기자 sjh@
2002-12-2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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