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세력 대연합이냐,중립성 강화냐.’시민운동 진영이 내년 2월 ‘노무현 정부’ 출범을 앞두고 새 정부와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 나갈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대통령 선거 다음날인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시민단체 사무실에서는 비공개 정책위원회의가 열렸다.2시간 남짓 계속된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차기 정부에서의 시민운동방향을 둘러싸고 난상토론을 벌였다.
●시민운동의 딜레마
이날 한 참석자는 “새 정부의 개혁을 지지·지원해야 한다는 ‘개혁세력대연합론’과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비판과 견제라는 본래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중립성 강화론’이 치열하게 맞섰다.”고 밝혔다.5년전 김대중대통령의 당선 직후 ‘개혁세력 지지·부양론’과 ‘원칙적 비판론’이 맞서던 상황과 비슷하다.
‘개혁세력 대연합론’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노 당선자와 민주당이 지닌 한계에도 불구하고 사회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 협력할 것은 협력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학 교수는 “새 정권이 소수정권의 한계를 극복하고정치개혁과 재벌개혁,남북관계 개선 등의 시대적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서는정치권 외부의 지지와 지원이 필수적”이라면서 “정권과의 유착이란 비난을 우려해 뒷짐을 지고 있는 것은 시민운동단체로서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시민단체 정책실에서 일하는 30대 활동가는 “시민운동진영이 추구하는개혁방향과 노 당선자의 이념적·정책적 지향에는 적잖은 친화성이 존재한다.”면서 “기득권층의 강력한 저항에 의해 새 정부의 개혁이 도전받게 된다면 정치권 내부의 개혁세력과 함께 일종의 ‘개혁연대전선’을 구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혁연합론이 국가에 대한 견제·비판이라는 시민운동 본연의 임무를 훼손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찮다.김대중 정부 초기 시민단체 출신 명망가의 잇따른 정부기관 참여와 2000년 총선시민연대의 낙선운동 등을 계기로빚어졌던 ‘홍위병 논란’이 재연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국정홍보처의 국민의식 여론조사에서 97,98년까지만 해도60∼70%대에 이르렀던 시민단체에 대한 신뢰도가 정권유착설을 계기로 40%대로 떨어진 것으로 드러났다.시민단체들로선 신중하지 않을 수 없는 장면이다.
●다양한 전문가 시각
이 같은 ‘연대와 견제의 딜레마’에 대해 시민운동가·학자 등 전문가들은 다양한 입장을 제기하고 있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하승창 사무처장은 “지난 정부의 선례 때문에 시민단체 인사가 대거 정부나 산하기관에 참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새정부 역시 시민단체와 연대하기보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위력이 입증된 인터넷과 미디어를 통해 국민에게 직접 호소함으로써 의회 기반의 열세를 만회하려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녹색연합의 김타균 정책실장도 “사안에 따른 선택적 협력은 불가피하지만활동의 무게중심은 비판자·감시자 역할에 두어야 한다.”면서 “다만 ‘연대냐 견제냐’를 두고 ‘관변’이냐 ‘재야’를 구분하는 이분법적 시각은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반면 새로운 동반자 관계의 출현을 전망하는 시각도 있다.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의 김정훈 박사는 “공동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이해당사자와 국가,시민단체가 일정한 권력과 책임을 공유하는 서구적 의미의 ‘협동통치’(governance) 모델이 출현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성공적인 협동통치가 정착되려면 대화와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국가의 새로운 통치스타일 확립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세영기자 sylee@
●시민운동의 딜레마
이날 한 참석자는 “새 정부의 개혁을 지지·지원해야 한다는 ‘개혁세력대연합론’과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비판과 견제라는 본래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중립성 강화론’이 치열하게 맞섰다.”고 밝혔다.5년전 김대중대통령의 당선 직후 ‘개혁세력 지지·부양론’과 ‘원칙적 비판론’이 맞서던 상황과 비슷하다.
‘개혁세력 대연합론’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노 당선자와 민주당이 지닌 한계에도 불구하고 사회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 협력할 것은 협력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학 교수는 “새 정권이 소수정권의 한계를 극복하고정치개혁과 재벌개혁,남북관계 개선 등의 시대적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서는정치권 외부의 지지와 지원이 필수적”이라면서 “정권과의 유착이란 비난을 우려해 뒷짐을 지고 있는 것은 시민운동단체로서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시민단체 정책실에서 일하는 30대 활동가는 “시민운동진영이 추구하는개혁방향과 노 당선자의 이념적·정책적 지향에는 적잖은 친화성이 존재한다.”면서 “기득권층의 강력한 저항에 의해 새 정부의 개혁이 도전받게 된다면 정치권 내부의 개혁세력과 함께 일종의 ‘개혁연대전선’을 구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혁연합론이 국가에 대한 견제·비판이라는 시민운동 본연의 임무를 훼손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찮다.김대중 정부 초기 시민단체 출신 명망가의 잇따른 정부기관 참여와 2000년 총선시민연대의 낙선운동 등을 계기로빚어졌던 ‘홍위병 논란’이 재연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국정홍보처의 국민의식 여론조사에서 97,98년까지만 해도60∼70%대에 이르렀던 시민단체에 대한 신뢰도가 정권유착설을 계기로 40%대로 떨어진 것으로 드러났다.시민단체들로선 신중하지 않을 수 없는 장면이다.
●다양한 전문가 시각
이 같은 ‘연대와 견제의 딜레마’에 대해 시민운동가·학자 등 전문가들은 다양한 입장을 제기하고 있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하승창 사무처장은 “지난 정부의 선례 때문에 시민단체 인사가 대거 정부나 산하기관에 참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새정부 역시 시민단체와 연대하기보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위력이 입증된 인터넷과 미디어를 통해 국민에게 직접 호소함으로써 의회 기반의 열세를 만회하려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녹색연합의 김타균 정책실장도 “사안에 따른 선택적 협력은 불가피하지만활동의 무게중심은 비판자·감시자 역할에 두어야 한다.”면서 “다만 ‘연대냐 견제냐’를 두고 ‘관변’이냐 ‘재야’를 구분하는 이분법적 시각은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반면 새로운 동반자 관계의 출현을 전망하는 시각도 있다.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의 김정훈 박사는 “공동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이해당사자와 국가,시민단체가 일정한 권력과 책임을 공유하는 서구적 의미의 ‘협동통치’(governance) 모델이 출현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성공적인 협동통치가 정착되려면 대화와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국가의 새로운 통치스타일 확립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세영기자 sylee@
2002-12-2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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