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리 自省’ 연극 올리는 공무원들/서울 강동구청 동아리회원

‘부조리 自省’ 연극 올리는 공무원들/서울 강동구청 동아리회원

입력 2002-12-20 00:00
수정 2002-1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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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서무주임,내일이 나 해외여행 떠나는 날인데 뭐 없나? 다른 부서에서는 몇푼이라도 쥐어주던데….”

(멈칫거림 없이 아부하듯 살랑대는 모습으로)“아 예∼.그렇지 않아도 벌써 다 준비해 놓았죠.”

한 자치구 공무원들이 공직사회 일각에서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부조리를자성(自省)하는 내용의 연극을 무대에 올릴 예정이어서 화제다.서울 강동구감사담당관실 직원으로 이뤄진 연극 동아리 회원 7명은 23일 오후 4시 구민회관 강당에서 ‘강동미와 스타킹’이라는 제목으로 공연한다.이들은 이날공연을 위해 지난 10월부터 매주 이틀동안 짬을 내 연습에 몰두해 왔다.직원들이 직접 공연 아이템도 내고 대본도 짰다.

줄거리는 이렇다.해외여행을 가는 동사무소 간부가 “귀국 때 열쇠고리라도 사오려면 돈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며 은근히 뇌물을 강요한다.이 말을 들은 부하직원은 동료에게 “계장님께서 외국 물 먹으러 나가는데 여비를 걷자.”며 직급별 액수까지 제시한다.그런데 평소 바른 소리 잘 하는 강동미(여)란 직원이 “애경사(哀慶事)도 아닌데 왜 돈을 내야 하느냐.”며 한마디로거부한다.이때 생활보호대상자인 관내의 한 할머니가 방문,마침 생보자 업무 담당인 강동미에게 “잘 보살펴줘 고맙게 생각했는데 스타킹이라도 사신어라.”면서 1만원을 던져놓고 도망치듯 뛰쳐나간다.이로 인해 강동미는 구청특검반의 조사를 받는다.서무주임 등 같은 부서 직원들은 눈엣가시로 여기던 강동미의 뇌물수수 소식을 듣고 “혼자 잘난 척하더니 딱 걸렸다.”고 비아냥댄다.

그러나 결국 강동미는 누명을 벗게 되고,이는 해외여행 경비를 뜯어내려던계장이 관행이라는 이유로 가책 없이 행동한 점을 반성하는 계기가 돼 깨끗한 공무원사회를 위한 건배를 제의하면서 대단원의 막이 내린다.강동구 관계자는 “일각에서 공무원들이 부패했다는 비난도 있지만 투명한 공직사회의정착을 위해 애쓰고 있다는 점을 알리고 협조를 당부하는 뜻으로 직원들만의 행사에서 벗어나 구민들도 초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한수기자 onekor@
2002-12-2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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