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후보님, 풍납토성 아십니까?

[데스크 시각]후보님, 풍납토성 아십니까?

이용원 기자 기자
입력 2002-12-06 00:00
수정 2002-12-06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사회자-그러면 지금부터 세 후보께 문화분야에 관한 질문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먼저 ‘풍납토성’의 가치를 어떻게 판단하십니까.

◆A후보-풍납토성은 한국의 폼페이라고 할 수 있지요.1500여년 동안 땅에 묻혀 있던 초기 백제의 왕성이 모습을 드러내고,성곽 안쪽의 극히 일부 지역만 발굴했는데도 거기서 숱한 유물이 쏟아졌으니 그야말로 민족의 보물창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B후보-토성의 규모가 밑면의 폭이 43m,높이가 11m,길이가 3.5㎞나 됩니다.그래서 이 성을 쌓는데 100만명이 넘는 인원이 동원되었으리라고 추정하지요.서기 1세기를 전후해 이같은 성을 쌓았으니 백제가 초창기부터 얼마나 강대한 나라였는지 미루어 짐작이 됩니다.

◆C후보-일제시대에 일본 관학자들은 우리나라 역사를 깎아내리려고 애썼습니다.‘삼국사기’에는 백제가 서기전 18년 한강변에 도읍했다고 분명히 기록돼 있습니다.그런데도 이를 무시하고 3세기나 되어서야 국가 형태를 갖췄다고 왜곡했지요.풍납토성의 실체가 밝혀져 잃어버린 우리 고대사를 되찾게된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사회자-세 후보 모두 풍납토성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시는군요.그러면 구체적인 질문에 들어가겠습니다.성곽 내부 26만평과,최근 해자가 확인된 외부일대를 발굴·복원하려면 토지보상비를 비롯해 조(兆)단위의 천문학적인 돈이 들 겁니다.따라서 풍납토성 복원이야말로 세 후보께서 공약으로 내걸고국민의 판단을 받아야 할 주요 과제입니다.어떤 계획을 갖고 계십니까.

이 질의·응답은 물론 실제상황이 아니다.다만 오는 16일로 예정된 대선후보 3차 TV합동토론회에서 문화분야도 다룬다기에,이같은 질문과 답변이 오갔으면 하는 마음에서 상상해 보았을 뿐이다.하지만 이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날 리는 만무하다.16일 토론에서는 사회·문화·여성·언론 분야를 한몫에다룬다는데,‘상대적으로 덜 자극적인’ 이슈인 문화분야에 얼마나 무게가실릴지 의문이다.후보 개개인이 실제로 풍납토성에 관해 일정 수준의 지식을 가졌는지도 의심스럽다.

대선을 앞두고 각당에서 내놓은 공약집을 꼼꼼히 살펴보면 문화쪽 공약은어설프기 짝이 없다.문화예산 및 문화복지의 확대,문화산업 육성과 지원 강화 등 구호성 문구만 나열했을 뿐 구체적인 정책이라곤 찾아보기 힘들다.지난달 대선 후보들에게 공개질의서를 보내 답변을 받은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등 21개 문화예술단체도 그들의 ‘문화에 대한 철학과 이념이 전반적으로빈곤하고 답변이 추상적이며 일반적 수준을 넘지 못한다.’는 평가를 내린바 있다.

서두에 ‘풍납토성 발굴·복원’을 굳이 거론한 까닭은,이 이슈가 천문학적인 예산을 필요로 한다는 점 말고도 ‘개발과 보존’이라는 양면성을 대표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풍납토성 일대를 보존하려면,집 한칸 얻기를 고대하며 수년간 재개발을 기다려온 시민들의 ‘권리 포기’가 전제돼야 한다.유적 보존과 시민 권리 보호라는 양 측면을 모두 만족시켜야 하는 데다,거기에드는 수조원의 예산을 국민에게서 끌어내야 하는 이 과제는 그야말로 대통령을 노리는 정치인에게 도전해볼 만한 가치 있는 대상일 것이다.

오는 16일의 TV토론에서 세 후보가 각기 합리적이고 특색 있는 ‘풍납토성해법’을 제시하기를 기대하면서 묻는다.후보 여러분,풍납토성 문제를 놓고실력 발휘 한번 해보시지 않으렵니까?

이용원 문화팀장 ywyi@
2002-12-06 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쿠팡 가입유지 혹은 탈퇴할 것인가?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의혹 이후 진정성 있는 사과보다는 사태 축소에 급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30~31일 국회 청문회에서 보여준 관계자들의 불성실한 태도 또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쿠팡 측은 이러한 논란에도 '탈퇴 회원은 많지 않다'고 발표했습니다. 과연 여러분은 앞으로도 쿠팡 회원을 유지하실 생각입니까?
1. 유지할 계획인다.
2. 탈퇴를 고민 중이다.
3. 이미 탈퇴했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