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길섶에서]촛불

[2002길섶에서]촛불

이건영 기자 기자
입력 2002-12-06 00:00
수정 2002-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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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은 자신을 태움으로써 세상을 밝힌다.시인 황금찬의 말처럼 심지에 불을 붙이면,그 때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존재다.어둠을 밀어내기 위해서란다.빛냄을 위해 태어난 연약한 저항체다.말없이,조용하게 키높이를 조금씩 낮추며 자신을 희생해간다.

요즘 어느 집회에서 촛불과 함께하는 ‘촛불시위’가 한창이다.‘촛불 음악회’도 열렸다.언제부턴가 촛불은 평화적 야간시위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밤의 촛불시위는 또다른 세상을 가져다 준다.형용할 수 없는 엄숙함과 외경스러움이 스며 있다.작은 종이컵 속에서 촛불 심지가 흔들릴 때는 마음마저 경건해진다.운명의 시간이 한정됐음을 아는 촛불 때문인지도 모르는 일이다.

촛불은 살아가는 사람들의 감정에 따라 밝기가 다르게 전달되는 모양이다.일제 강점 시대를 산 시인 신석정 선생은 “어머니,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고 촛불의 강도를 극대화시켰다.지난번 스러져간 여중생들을 기리는 지금의 촛불도 그 때만큼이나 밝은 것은 아닐까.그 여중생 자신들이,자신의 몸을 녹여 세상을 밝히는촛불이었다.

이건영 논설위원

2002-12-06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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