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건우 독주회엔 불황이 없다

백건우 독주회엔 불황이 없다

입력 2002-11-12 00:00
수정 2002-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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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이 시작됐는지는 공연기획자에게 물어보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불황기에 가장 먼저 줄이는 것이 공연관람료를 비롯한 문화비이기 때문이다.불행하게도 기획자들은 공연계가 이미 불황에 접어들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예외가 있다.21일부터 새달 6일까지 전국 7곳에서 9차례 열리는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독주회다.공연시장의 불모지로 치부되는 중소 지방도시로 범위를 넓히며 전석매진을 기대할 만큼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무엇보다 백건우 독주회는 지역문화 향수층의 폭을 두껍게 하는데 큰 몫을 하고 있다.서울·대구·인천 등 대도시에 분당·안양 등 수도권 도시,여기에 천안·통영시에서는 두차례씩이다.제 아무리 유명한 음악가라도 중소도시에서 두차례나 객석을 채운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이틀에 걸친 독주회는 서울에서도 어렵다.

백건우의 음악적 성숙이 없었다면 불가능하다.나이들수록 기량이 쇠퇴하기는 커녕 깊이를 더한다.항상 새로운 레퍼토리를 개발하는 학구적인 자세는 이미 국제적인 평가를 받았다.

내한연주회에 임하는 백건우의 자세도 눈여겨 보아야 한다.해외에서 활동하는 몇몇 연주자는 한해에 한차례쯤 한국을 찾아 어렵지 않게 ‘한몫’을 챙겨간다.백건우는 그러나 서울에서는 서울 수준의 연주료를 받지만 지방에선 ‘지방 실정’에 만족한다.더구나 이번 서울 독주회는 수익금 전액을 수재민에게 기탁하는 자선연주회이기도 하다.

상업 매지니먼트가 아닌 공공성 있는 기관들이 나선 것도 백건우 선풍에 큰 몫을 한다.대구를 제외하면 모두 지방자치단체가 세운 문화공간이 주관한다.대구에서도 한 극단이 작품제작비 마련을 위해 뛰어들었다.상업 매니지먼트 만큼 수익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

그 결과 백건우 독주회는 뛰어난 상품성에도 불구하고 관람료를 최고 3만원에서 최저 1만원 정도로 싸게 매길 수 있었다.지방도시민들,특히 청소년층까지도 큰 부담없이 백건우의 실제 연주를 들을 수 있다.‘우리 동네’까지 찾아오는 세계적인 스타를 놓칠 이유가 없다.‘백건우 케이스’는 불황이 깊어질수록 음악계가 더욱 벤치마킹해야 하지 않을까.

백건우는 순회독주회에서 부조니가 편곡한 모차르트의 안단티노와 브람스의 헨델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푸가,쇼팽의 안단테 스피아나토와 그랜드 폴로네이즈 등을 연주한다.

연주일정은 ▲21일 분당 요한성당 ▲23·24일 천안 문예회관 ▲27·28일 통영시민회관 ▲30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12월3일 대구시민회관 ▲5일 서울 명동성당 ▲6일 안양문예회관.모두 오후 7시에 시작한다.(031)396-9336.

서동철기자 dcsuh@
2002-11-1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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