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중계석/ 석학 대니얼 데넷 ‘의식의 과학적 탐구’ 강연 - ‘두뇌의 의식체계’ 풀어낼수 있다

오피니언 중계석/ 석학 대니얼 데넷 ‘의식의 과학적 탐구’ 강연 - ‘두뇌의 의식체계’ 풀어낼수 있다

입력 2002-11-12 00:00
수정 2002-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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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과학의 마지막 미스터리 가운데 하나로 흔히 ‘인간의 의식’이 꼽힌다.과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바닥이 보이지 않을 만큼 깊은 의식의 세계를 설명하기엔 역부족이란 이야기다.그러나 인지과학과 심리철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대니얼 데넷(60)은 의식 현상은 전혀 신비롭지 않으며 과학적으로 탐구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독특한 철학자다.미국 터프츠대학 교수인 그가 한국학술협의회 초청으로 방한,8일과 9일 ‘의식의 과학적 탐구-철학적 장애를 넘어서서’란 주제로 강연을 가졌다.주요 내용을 간추린다.

의식은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신비로운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그러나 이는 잘못된 견해다.의식은 물리적·생물학적 현상으로 매우 놀랄 만큼 교묘하게 작용하기는 하지만,그렇다고 기적적이거나 신비로운 것은 아니다.

이것은 마치 마술쇼가 진짜 마술이 아닌 것과 같다.놀랍고 신비해 보이던 마술쇼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었는지를 알게 되면 더이상 신비롭게 보이지 않는다.마찬가지로 의식의 ‘마술’도 두뇌가 어떻게 의식을 일으키는지를 이해하고 나면,결코 불가사의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예컨대 많은 사람들이 매우 신비롭게 생각하는 기시감(旣視感)을 보자.어떤 이들은 때때로 저승,다른 천체,다른 차원에서 전에 경험했던 것을 다시 경험한다고 한다.그러나 기시감은,재닛이 반세기 전에 제시한 가설에 따르면 지각과정의 어떤 이상으로 인해 하나의 지각경험이 과거와 현재의 경험으로 둘로 쪼개짐으로써 발생하는 현상일 수 있다.즉 실제로 과거 어느 시점에 경험한 것을 다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렇게 잘못 생각하는 것일 뿐이다.

이러한 현상은 재닛의 가설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뇌의 이중채널 모델로 간단히 설명할 수 있다.즉 시각(視覺)체계가 A와 B라는 두 채널을 갖고있고,두 채널은 유입되는 모든 신호를 새로운 것과 이전에 경험한 적이 있는 신호로 분류하는 ‘친숙함탐지기(familiarity detector)’란 일종의 관문을 통해 신호를 보낸다고 하자.(실제 뇌의 해마가 이 기능을 갖고 있다는 증거도 있다.)그리고 B채널을 통한 신호전달이 지각과정의 이상으로 지연돼,A채널로부터 신호가 전달되고 나서 1000분의 몇초 정도 이후에 친숙함탐지기에 전달되었다고 하자.이럴 경우 A채널 신호는 이미 친숙함탐지기에 새로운 경험으로 등록되기 때문에 B채널 신호가 도착하면 친숙함탐지기는 ‘이미 이것을 본적이 있다.’란 판정을 내리게 된다.

즉 단지 1000분의 몇초 전에 등록된 것에 불과한데도 사람들은 ‘방금 기시감을 겪었다.’‘전에 본 적이 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또 모종의 교란(뉴런의 죽음,신경조절 기능 이상,피로 등)이 친숙함탐지기에 잘못된 판단을 야기해,기시감과 같은 현상을 일으킬 수도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이 의식을 위해 등장하는 ‘데카르트 극장(Cartesian theater)’은해체되어야 한다.데카르트 극장 속에서 상상된,소인들에 의해 행해지는 모든 일은 두뇌에 있는 다양한 하위기관들에 배분되어야 한다.주체는 해체되어야 하고,각자의 임무를 무의식적으로 수행하는 마음이 없는 기관들로 대체되어야 한다.

의식에 관한 올바른 이론은 의식을,기계들이 윙윙 돌아가지만 그것을 감독하거나 즐기거나또는 목격하는 사람이 전혀 없는 버려진 공장처럼 보이도록 만드는 이론이다.

물론 이런 견해를 혐오하는,즉 데카르트 극장을 해체함으로써 예견되는 ‘자아의 상실’에 관해 불안해 하는 철학자들도 있다.예컨대 제리 포더는 “만일 나의 머릿속에 컴퓨터들의 공동체가 살고 있다면,누군가 이들을 통합하는 사람이 있어야 할 것이고,그것은 나여야 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의식의 ‘마술’은 무대마술과 마찬가지로,우리가 그것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한에서만 설명되지 않을 뿐이다.두뇌가 ‘두뇌 사용자의 환상’을 일으키는 비(非)신비적인 방식들을 잘 음미한다면,물리적 두뇌가 어떻게 의식을 창조하는지를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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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임창용기자 sdragon@
2002-11-12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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