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민교수 ‘문학사상’ 기고/ “北 반동 부르주아 작가 재평가”

권영민교수 ‘문학사상’ 기고/ “北 반동 부르주아 작가 재평가”

입력 2002-10-25 00:00
수정 2002-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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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후반부터 진행된 북한문학의 변화는 이른바 반동적 부르주아작가들의 문학을 재평가하는 것은 물론 사실주의 계열의 작가와 계급문학운동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관심을 갖는 것으로 표출돼 오고 있다.’

문학평론가인 권영민 서울대 교수는 문학사상 11월호에 실린 ‘북한문학을 보는 눈’에서 이같이 설명하고 “민족문학의 총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남북한 문학의 상호 배타적 속성과 단절적 시각 극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최근 북한에서는 문학연구에 이어 창작분야에서도 집단적 이념을 중시해 혁명 위업에 대한 찬양 일변도였던 시가 서정성을 담아내고 있으며,소설도 집체창작 형식으로 ‘혁명적 대작’에 참여했던 작가들이 대중 취향적인 청춘 남녀의 사랑 이야기도 수용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변화는 지난 80년대 후반부터 나타났다.이념적 성향에서 조금씩 벗어나 ‘반동 부르주아작가’로 비판받은 이광수 현진건 이효석 채만식 등의 문학이 재평가되는가 하면 ‘우리나라 비판적 사실주의 문학에 대한 연구’(1988)에서는 시인 김소월과 한용운 등을 적극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김일성의 항일 혁명투쟁에 가린 식민지 시대의 계급문학운동에 적극적인 관심을 쏟기 시작한 것도 이 때다.

특히 문학연구 분야에 이어 문예창작 분야에서 시작된 변화는 주목할 만하다.혁명위업 찬양에 주력하던 북한 시단에 서정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자리잡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절대 배제’의 입장에서 우리 문학을 대해 온 점을 감안할 때,이같은 변화는 남북한 문학의 이질성을 줄이고 공통 관심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부분.

권 교수는 “북한은 지난 81년 펴낸 ‘조선문학사’(전5권)를 15권 분량의 ‘조선문학사’(사회과학원 주체문학연구소)로 개편하고 있는데,이 작업을 통해 개방화 경향을 대폭 수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변화는 그동안 문학을 ‘사상혁명의 무기’로 인식해 온 북한문학과,자율을 지향하며 이념성을 경계해 온 남한문학의 이질성을 극복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사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북한 문학은 해방후 지난60년대 초반까지 사회주의의 이념을 계몽,선전해오다 60년대 중반 주체사상을 내세우면서 주체사상에 입각한 문학이 새롭게 강조돼 왔다.

그렇다고 북한 문학이 집단성과 가치론을 지향하는 성향을 완전히 배제할 것이라는 기대는 아직 성급하다.

권 교수는 “분단시대의 남북문학이 보여 온 이질성을 극복하고 동일한 문학적 토대를 다지기 위해서는 남북한의 통일지향적 문학운동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분단이라는 상황논리에 집착한 극단적 비판과 배제론의 모순을 극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심재억기자
2002-10-25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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