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銀杏을 털어라’ 한근 4천원…가로수 싹쓸이꾼 밤마다 활개

‘銀杏을 털어라’ 한근 4천원…가로수 싹쓸이꾼 밤마다 활개

입력 2002-10-05 00:00
수정 2002-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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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새벽 2시 서울 신촌거리.한 청년이 그물망이 달린 장대로 은행나무 가지를 마구 후려쳤다.은행이 우수수 떨어지자 나무 밑에 있던 어머니로 보이는 여성은 황급히 비닐봉지에 은행을 주워 담았다.딸은 두리번거리며 망을 보고 있었다.

가을철을 맞아 서울 밤거리에는 은행을 따려는 사람들과 단속반 사이에 쫓고 쫓기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구청의 단속을 피해 심야나 새벽에 은행을 따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트럭까지 동원해 은행을 싹쓸이하는 전문 털이꾼도 활개를 치고 있다.이들은 한약재 시장 등에서 1근에 3000∼4000원씩을 받고 은행을 팔아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은행을 몰래 따면 절도죄에 해당하며,은행을 따기 위해 나무를 훼손하면 재물손괴 혐의로 처벌을 받는다.‘시유도로’에 심어진 나무는 서울시의 재산이고,‘구유도로’의 나무는 구청의 재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야에 설치는 ‘은행 절도범’들을 단속하기는 쉽지 않다.그 틈을 타 은행나무가 밀집한 공원 주변에서는 서너명이 떼를 지어 트럭을 몰고 다니며은행을 털어가는 일도 자주 있다.많게는 1000만원 이상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목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도 심심찮게 벌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구청 관계자는 “심야에 나무에 올라가 가지를 흔든 뒤 트럭에 은행을 쓸어담아 내빼는 사례가 종종 있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

일선 구청들은 전문 절도범들에게 은행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수거반을 운영,은행을 따 양로원·경로당 등에 기증하고 있다.종로구청은 관내에서 은행 330㎏을 수확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노인정에 전달할 예정이다.다른 구청들도 50∼400㎏씩 수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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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연기자 anne02@
2002-10-0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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