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객관적 연구평가 득과 실

[열린세상] 객관적 연구평가 득과 실

임경순 기자 기자
입력 2002-09-25 00:00
수정 2002-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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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정량적 평가가 보편화되고 있다.기업체의 인사고과를 비롯해 교수나 연구원들의 업적을 평가할 때도 여지없이 수치화된 평가표가 등장하고 있다.또한 국가의 주요 사업을 시행할 때나 연구개발 시설을 유치하는 경쟁을 할 때도 항상 객관화된 평가지표가 등장하고 있다.

대학의 업적 평가에서도 이공계 교수의 연구실적 평가의 경우에는 이제 완전히 수치화돼 있다.파급인수(impact factor)가 높은 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SCI) 등재 저널에 몇 편의 논문을 내느냐가 교수 각자의 능력을 평가하는 객관적인 잣대로 자리잡았다.정부에서는 이 지표를 바탕으로 대학을 평가하고 있고,대학에서도 이 잣대로 교원의 업적을 평가하고 있다.이런 객관화된 평가 방식은 정실에 치우치고 지나치게 주관적 평가가 만연했던 우리나라에 공정한 잣대를 제공해 국가의 연구 역량을 향상시키는 데 크게 기여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연구 평가가 객관화되면서 SCI 논문수로 본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이 얼마 전까지 세계 30위권에 있다가 불과 몇 년 만에 16위권으로급격히 상승한 것은 참으로 경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업적 평가가 객관화된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이런 경향이 항상 좋은 결과만을 내고 있는 것은 아니다.연구 논문 수가 교수의 승진이나 연봉 산정에 중요하다 보니 우수한 논문을 한 편 쓰는 것보다는 SCI에 등재돼 있는 저널에 적당히 우수한 논문을 여러 편으로 나누어 기고하는 바람직하지 못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우수한 논문을 쓰고 싶은 욕심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외부로부터의 평가 압박이 거세지면서 교수나 연구원들이 논문을 여러 편으로 나누어 내는 유혹을 떨쳐버리기 힘든 게 사실이다.따라서 과학기술계에 지나치게 수치만을 따지는 평가가 만연하게 되면 노벨상을 노릴 만한 우수한 논문이 나오기 힘들게 되고 아직 한 명의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한 우리나라에서 노벨과학상이 나올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지게 된다.

연구 평가는 철저하게 정량화돼 있는 반면 교육에 대해서는 아직 분명한 평가 잣대가 마련돼 있지 않은 것도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교육부문은 아직 평가지표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교수들이 평가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연구에만 신경을 쓰고 학생들에 대한 교육에는 소홀해지기 쉽다.대학의 의무는 본래 교육·연구·봉사로 이 영역들 모두가 국가의 발전에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대학은 오직 논문 수를 부풀리는 연구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점은 전국의 모든 대학에 있는 교수들이 마치 연구중심대학의 교수들처럼 연구에만 관심을 가지고 사실상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미국의 경우도 얼마 전까지 연구중심 대학의 교수들이 연구에만 치중하고 교육을 지나치게 경시해 커다란 문제로 떠오른 적이 있다.우리나라는 아직 완전한 연구중심 체제로 가지도 않은 상태에서 연구중심 대학이 지니고 있는 문제점이 먼저 노정되고 있다.

우리의 대학이 이렇게 정량화된 연구 평가에만 집착하게 된 데는 교육을 포함한 정성 평가가 민원을 발생시킬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이에 따라 정부나대학 당국이 교수의 업적을 평가할 때 정량적인 연구 평가에만 지나치게 몰두한 측면도 없지 않다.

사회가 다원화하면서 우리 사회는 다양한 능력을 가진 인재를 필요로 하고 있다.과학기술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 능력을 갖춘 전문적인 인력만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대학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균형잡힌 인력이 요구되는 것이다.이는 국가 발전을 위해 긴요한 부분이다.

세계적인 연구중심 대학뿐 아니라 다양한 특성화 대학을 육성할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이제 정부와 대학은 물론 연구와 교육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나서서 합리적이면서도 균형 있는 업적 평가 방식을 도출해내어 대학 본래의 기능을 되찾아야 할 때다.

임경순 포항공대 교수 과학사
2002-09-25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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