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로 빌려 원화로 갚는다

외화로 빌려 원화로 갚는다

입력 2002-09-20 00:00
수정 2002-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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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로 빌려 원화로 갚으세요.”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김 사장은 수입업체에 외화로 대금을 치를 일이 생겨 외화를 대출받아야 하지만 걱정부터 앞섰다.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기라도하면 환율이 요동칠지 모르기 때문이다.은행 직원은 일단 외화로 빌린 다음김 사장이 유리한 시점에 원화대출로 바꿔 환위험을 없앨 수 있는 상품을 권했다.

최근 1주일새 기업·우리·국민은행이 잇따라 선보인 ‘통화전환옵션부 외화대출’은 바로 이런 상품이다.은행들은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으로 외화차입이 쉬워지면서 외화를 많이 확보한 데다 중소기업을 겨냥한 대출시장도 포화상태에 이른 점을 감안,통화전환옵션부 외화대출에 눈을 돌리고 있다.기업·우리·국민은행에 앞서 외환·조흥·산업은행도 이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런 상품을 이용하는 고객은 원화보다 싼 금리로 외화를 빌려 자금을 운용하다가 원·달러 등의 환율이 올라 원화표시 금액이 커져 부담스럽다면 원화대출 전환신청을 해 환위험을 예방할 수 있다.예를들어 어떤 기업이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일 때 10만달러의 외화대출을 받았으나 환율이 1300원으로 오른다면 원화대출로 바꿔 1000만원의 환차손을 피할 수 있다.환율이 떨어질 경우 환이익을 챙길 수도 있다.원화대출로 전환하면 그 시점부터는 원화대출 금리를 적용받는다.

은행마다 다르지만 외화대출 대상 통화는 미국 달러화,일본 엔화,유로화 등이다.금리는 달러의 경우 리보(런던은행간 금리)에 가산금리가 붙어 연 2∼3%대,엔화는 1%대 초반이다.원화로 전환한 뒤부터는 연 7% 이상의 금리를 적용한다.중도 상환 수수료는 면제해 주는 은행(우리·기업·국민)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은 기간에 따라 1년에 1% 정도를 부과한다.

은행 관계자는 “과거 외화대출을 받았던 고객들은 환율이 급등하면 특별한 대안이 없어 만기가 다가오면 거액의 환차손을 떠안아야 했다.”면서 “그러나 통화전환옵션부 외화대출을 받으면 환율이 뛰어도 그에 따른 위험을 기관투자가인 은행에 넘길 수 있다.”고 말했다.이 상품을 운용하는 은행은 환차손이 생기면 선물·옵션 등의 거래를 통해 메우게 된다.환율이올라 고객들이 한꺼번에 원화대출로 전환하면 은행들은 외화자금 운용에 차질을 빚어손해를 볼 수도 있다.은행들이 2억달러(우리·외환),1억달러(국민) 등의 외화대출 한도를 정해 판매하고,대부분 은행들이 원화로 전환시키는 금액의 0.3% 정도를 옵션 수수료 명목으로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유영기자 carilips@
2002-09-2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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