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아프지만 北딸 만나야죠”13일 이산상봉 수해민들

“수해 아프지만 北딸 만나야죠”13일 이산상봉 수해민들

입력 2002-09-07 00:00
수정 2002-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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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묻었던 딸을 만날 생각을 하면 수해(水害)의 아픔도 견딜 만합니다.”

오는 13일로 예정된 제5차 이산가족 금강산 상봉에서 큰딸 최순옥(71)씨를 만나는 최승규(93·여·강원도 강릉시 지변동)씨는 지난달 30일 물난리를 당해 강릉시 교동의 둘째 아들 집으로 피신했다.

최씨가 사는 지변동 아파트 일대 주민들은 근처 죽헌저수지가 불어난 물로 붕괴 위험에 직면하고 식수와 전기마저 끊기면서 대부분의 주민들이 안전한 곳으로 거처를 옮겼다고 한다.큰며느리 김구경(64)씨는 6일 “어제 저녁에 전기는 들어왔지만 아파트 승강기가 작동하지 않고,수돗물에서 기름이 뜬 흙물만 나온다.”고 말했다.

그래도 아흔이 넘은 최씨는 “순옥이를 만나면 옥반지를 선물할 것”이라며 기대에 부풀어 있다.최씨는 농사를 지으며 힘들게 5남매를 키웠으나 아직까지 지팡이에 의지하지 않고 걸어다닐 정도로 정정하다.

최씨는 6·25때 강릉여고 졸업반이었던 큰딸이 어느날 집을 나간 뒤 돌아오지 않자 난리통에 목숨을 잃은 것으로 여기고 체념했다고 한다.

50년세월을 훌쩍 뛰어 넘은 큰딸의 얼굴을 기억하느냐고 묻자 “애미 닮았는데 당연하지.”라며 “귀가 잘 들리지 않는 것이 걱정”이라고 말했다.최씨는 “TV에서 이산가족 상봉 장면만 나오면 누이를 생각하며 눈물짓던 큰아들이 지난해 진폐증으로 눈을 감은 것이 원통하다.”며 혼자된 며느리 김씨의 두 손을 꼭 쥐었다.

강릉 연곡면에서 농사를 짓는 김준래(金俊來·73)씨도 이번 수해로 논이 물에 잠기고 집이 파손됐지만 큰형 항래(恒來·78)씨를 만날 생각에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다.큰형은 6·25때 친구들과 놀러 간다고 집을 나간 뒤 소식이 끊겼다.

김씨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어 명절 때마다 밥을 차려놓고 형을 기다렸다.”면서 “10년 전 돌아가신 부모님이 얼마나 보고싶어 했는지 모른다.”고 울먹였다.그는 엄청난 수해로 고통을 겪고 있지만 “형과 헤어진 지난 세월을 생각하며 위안을 삼고 있다.”며 날짜를 꼽았다.

강릉 구혜영 윤창수기자 geo@
2002-09-07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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