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큰아이가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는데,그 아이 졸업에 맞춰 나라경제가 결딴나버릴 게 뭐예요.”IMF 경제위기로 어려운 시절이었던 지난 98년 여름,마침 고향을 다녀오던 길에 듣게 된 동네 아낙의 푸념이었다.애써 키운 아들이 대학을 졸업하고도 변변히 취직도 못하고 있었으니 어머니로서 얼마나 안타까웠을까.그 속마음을 헤아리긴 어렵지 않았다.
그때 나라의 경제상황이 이름없는 한 촌부에게까지도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가 새삼 절감하게 되었다.그해 여름은 유난히 날도 뜨거웠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찌는 계절,가을은 다가오고 있다.그동안 전국 각지를 할퀴었던 수마(水魔)도 잦아들고 산과 들이 농염하게 무르익는 풍요로운 결실의 날들이 찾아오고 있는 것이다.수확을 앞둔 가을의 길목에서 창 밖을 바라보던 나는 문득 두 가지 사실을 떠올리게 되었다.
몇년 전에 들은 시골 아낙의 그 안타까운 푸념과 한·중수교가 10주년을 맞게 되었다는 점이 마음 속에서 교직(交織)되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올해 2·4분기 실질GDP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3%,상반기 평균 6.1% 증가했다.이는 한은의 당초 전망보다는 다소 낮은 수준이지만,생산과 지출면에서 고른 성장을 보여 하반기에도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분석에 의하면 설비투자와 수출 증가세가 확대되어 이같은 성장을 이루었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수출시장 가운데 두번째로 큰 시장이 바로 중국이다.
지난해 양국의 교역규모가 314억 9000만달러에 이르고 우리나라의 총 수출에서 중국시장이 차지하는 비중도 12.3%나 된다.이제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만,한국과 중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발전한 것이다.
중국을 주력시장으로 보고 일찍부터 그 거대시장에 플랜트 건설 수출을 독려해 왔던 경영인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아울러 수출신장이 경제성장을 주도한 데 대해 내가 느끼는 기쁨도 적지 않다.
‘구름은 깨끗한데 요사스러운 별이 떨어지고(雲淨妖星落),가을 하늘이 높으니 변방의 말이 살찌는구나(秋高塞馬肥).’ 당나라의 시인 두심언(杜審言)이지은 시의 한 구절이다.그는 북방 변경을 지키던 친구가 하루빨리 장안(長安)으로 돌아오기를 기원하며 이 시를 지었다.
‘추고새마비(秋高塞馬肥)’라는 구절은 당나라 군대의 승리를 가을 날에 비유한 것이다.그러나 한편으로 이 말은 중국 북방 변경의 농경지대를 넘나들던 흉노족이 활동하기 가장 좋은 계절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그래서 북방의 중국인들은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찌는 가을만 되면 언제 흉노의 침입이 있을지 몰라 전전긍긍했다고 한다.
오늘날에는 이 ‘추고새마비(秋高塞馬肥)’의 뜻이 바뀌어 누구나 활동하기 좋은 계절을 이르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물론 우리에게는 ‘천고마비(天高馬肥)’라는 말이 더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는 어두운 IMF의 터널을 지나 얼마 전에는 세계가 깜짝 놀랄 만큼 월드컵도 훌륭히 치러냈다.월드컵 4강을 경제 4강으로 이어가자는 말도 있다.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는 계절의 길목에서,다시 한번 팔을 걷어붙이고 우리들 마음의 고삐도 바짝 조일 일이다.
다가오는 가을 밤에 대풍(大豊)의 결실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말이다.그리고 그 동네의 촌부에게도 풍요로움과 그로 인해 더 크고 더 많은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아직은 땀을 닦을 때가 아니다.
양인모 /삼성엔지니어링(주) 사장
그때 나라의 경제상황이 이름없는 한 촌부에게까지도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가 새삼 절감하게 되었다.그해 여름은 유난히 날도 뜨거웠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찌는 계절,가을은 다가오고 있다.그동안 전국 각지를 할퀴었던 수마(水魔)도 잦아들고 산과 들이 농염하게 무르익는 풍요로운 결실의 날들이 찾아오고 있는 것이다.수확을 앞둔 가을의 길목에서 창 밖을 바라보던 나는 문득 두 가지 사실을 떠올리게 되었다.
몇년 전에 들은 시골 아낙의 그 안타까운 푸념과 한·중수교가 10주년을 맞게 되었다는 점이 마음 속에서 교직(交織)되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올해 2·4분기 실질GDP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3%,상반기 평균 6.1% 증가했다.이는 한은의 당초 전망보다는 다소 낮은 수준이지만,생산과 지출면에서 고른 성장을 보여 하반기에도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분석에 의하면 설비투자와 수출 증가세가 확대되어 이같은 성장을 이루었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수출시장 가운데 두번째로 큰 시장이 바로 중국이다.
지난해 양국의 교역규모가 314억 9000만달러에 이르고 우리나라의 총 수출에서 중국시장이 차지하는 비중도 12.3%나 된다.이제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만,한국과 중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발전한 것이다.
중국을 주력시장으로 보고 일찍부터 그 거대시장에 플랜트 건설 수출을 독려해 왔던 경영인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아울러 수출신장이 경제성장을 주도한 데 대해 내가 느끼는 기쁨도 적지 않다.
‘구름은 깨끗한데 요사스러운 별이 떨어지고(雲淨妖星落),가을 하늘이 높으니 변방의 말이 살찌는구나(秋高塞馬肥).’ 당나라의 시인 두심언(杜審言)이지은 시의 한 구절이다.그는 북방 변경을 지키던 친구가 하루빨리 장안(長安)으로 돌아오기를 기원하며 이 시를 지었다.
‘추고새마비(秋高塞馬肥)’라는 구절은 당나라 군대의 승리를 가을 날에 비유한 것이다.그러나 한편으로 이 말은 중국 북방 변경의 농경지대를 넘나들던 흉노족이 활동하기 가장 좋은 계절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그래서 북방의 중국인들은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찌는 가을만 되면 언제 흉노의 침입이 있을지 몰라 전전긍긍했다고 한다.
오늘날에는 이 ‘추고새마비(秋高塞馬肥)’의 뜻이 바뀌어 누구나 활동하기 좋은 계절을 이르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물론 우리에게는 ‘천고마비(天高馬肥)’라는 말이 더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는 어두운 IMF의 터널을 지나 얼마 전에는 세계가 깜짝 놀랄 만큼 월드컵도 훌륭히 치러냈다.월드컵 4강을 경제 4강으로 이어가자는 말도 있다.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는 계절의 길목에서,다시 한번 팔을 걷어붙이고 우리들 마음의 고삐도 바짝 조일 일이다.
다가오는 가을 밤에 대풍(大豊)의 결실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말이다.그리고 그 동네의 촌부에게도 풍요로움과 그로 인해 더 크고 더 많은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아직은 땀을 닦을 때가 아니다.
양인모 /삼성엔지니어링(주) 사장
2002-08-2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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