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해상귀순/탈북경위/中식품·獨가방…기획귀순 흔적

北주민 해상귀순/탈북경위/中식품·獨가방…기획귀순 흔적

입력 2002-08-20 00:00
수정 2002-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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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새벽 소형 어선을 타고 입국한 21명의 북한 주민들은 장기간의 치밀한 계획 아래 귀순을 결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행색이나 어선의 상태,소지한 물품 등을 살펴볼 때 오랜 기간 준비한 ‘기획 입국’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들이 타고 온 어선에서 일반적인 소형 어선에서는 찾아 보기 힘든 위성항법장치(GPS)와 가스버너,압력밥솥,TV 등이 발견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이들이 장기간 항해를 예상한 듯 세찬 바람과 추위를 막기 위한 겨울용 점퍼와 긴소매 옷,두터운 담요 10여장 등이 어선에서 발견된 것도 이번 탈북이 치밀하게 준비된 ‘기획성’이었음을 시사한다.

이들이 처음에 신의주를 떠났다는 사실을 추정케 하는 ‘신의주 화장품공장’이 만든 ‘백학 치약’도 눈에 띄었다.

실제 순종식씨는 귀순 직후 취재진에게 “수개월전부터 탈북을 계획했으며 10일 전부터는 물품조달 등 본격적인 준비를 해왔다.”고 밝혔다.순씨의 동생 봉식(55)씨도 “지난 95년부터 중국에 있는 중개인과 형님이 여러 차례 접촉한 것을 계기로 서로의 소식을 주고 받았다.”고 전했다.

특히 어선이나 복장 등 여러가지 정황으로 미루어 이들이 중국 등 제3국을 경유해 입국했을 가능성도 배제되지 않고 있다.

해양경찰청 관계자는 이들이 타고 온 어선이 뱃머리가 높이 치솟은 전형적인 ‘중국식 저인망 어선’이라고 밝혔다.또 뱃머리 앞 오른쪽에 적힌 배 이름을 검은 페인트 등으로 지운 흔적이 뚜렷하다는 점에서도 ‘제3국 경유’시나리오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들이 입고 있는 옷도 최근 중국을 거쳐 입국한 다른 탈북자의 상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 중 상당수는 북한 내에서는 구하기 힘든 흰색 고급 운동화와 구두,샌들 등을 신고 있었다.어린이들은 ‘SPORTS’,‘FASHION’이라는 영문이 적힌 티셔츠와 운동복을 입고 있었다. 이들이 타고온 배의 조타실에서는 독일 유명 스포츠 브랜드 로고가 크게 새겨진 대형 배낭과 가방 등이 3개나 발견됐으며 항해중 배고픔을 달랜 것으로 보이는 중국 상표의 국수 꾸러미들도 놓여 있었다.

한 푸대자루에서는 실제 총과 똑같이 생긴 어린이용 외제 장난감 총도발견됐다.

배가 처음 발견된 지점이 북방한계선(NLL)에서 한참 내려온 인천 덕적도 인근 울도 서방 17마일 해상이라는 점도 이들이 중국 쪽에서 항해를 시작했다고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이영표기자 tomcat@
2002-08-2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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