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길섶에서] 어떤 만남

[2002 길섶에서] 어떤 만남

우득정 기자 기자
입력 2002-08-07 00:00
수정 2002-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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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을 피해 찾아든 서울 광화문 K서점.신간에서 베스트 셀러를 거쳐 소설코너를 더듬던 눈길은 명조체로 자그맣게 이름이 새겨진 소설책에 머문다.K형이 쓴 단편모음집이다.

진열대 옆에 쪼그리고 앉아 황급히 책장을 넘긴다.표지 다음 장에 낡은 바바리 코트 차림으로 팔짱을 낀 채 서있는 익숙한 모습의 사진과 낯설지 않은약력이 깨알처럼 박혀 있다.단편 제목들로 나열된 목차에서 K형의 삶의 편린들이 느껴진다.

대학 1학년 때 하숙방에서 L,Y형과 밤새 소주잔을 기울이며 손에 잡히지도 않는 고민을 쥐어짜던 K형.관념의 유희가 부끄럽다며 유신의 철벽을 향해 온몸을 날렸다가 홀연히 시야에서 사라졌다.7년 후 버스에서 우연히 마주쳤을때 검게 변색된 손톱을 내밀며 “치안본부에 갔다가 이틀 전에 나왔어.”라며 쓸쓸한 웃음을 지었다.그리고 8년.K형은 소설책이 되어 서점에 서 있었다.2년 마다 K형과의 서점 조우는 이어졌다.문득 새 손톱이 돋았는지,쓸쓸했던그 웃음의 실체는 무엇이었는지 물어보고 싶다.

우득정 논설위원

2002-08-07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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