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어항속 붕어

[씨줄날줄] 어항속 붕어

우득정 기자 기자
입력 2002-08-03 00:00
수정 2002-08-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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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국민은행장은 1일 월례 조회에서 “많은 임직원들이 죄를 죄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으면서 “우리의 행동은 ‘어항 속 붕어’처럼바로 드러나게 마련이므로 거짓보고 등 잘못된 관행을 고쳐야 한다.”고 일갈했다고 한다.청교도 정신에서 출발한 미국의 금융기관들이 오늘날 분식회계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위기에 직면하게 된 상황을 빗댄 것일 수도 있고,허수(虛數) 놀음으로 상사를 속이는 일이 일상화된 금융계의 풍토에 경종을 울리는 말로도 들린다.

어항 속 붕어라는 비유는 자그마한 유리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고객을 맞는 은행원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이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는 어항 속 붕어라고 할 수 있다.어항 속 붕어는 제아무리 꾀를 내어도 금방 남에게 들켜버리고 만다.

이 때문에 어항 속 붕어는 흔히 아이들의 심리상태를 파악하는 ‘미술 심리치료 요법’으로 활용된다.물고기의 그림을 보면 가족관계와 아이들의 심리상태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미술 심리치료사 이희경씨는 어항 속에 산소통을 멘 두 마리의물고기를 그린 한 아이의 심리 상태를 설명한 적이 있다.그 아이는 “물고기가 왜 산소통을 달고 있느냐.”는 질문에 “숨이 막히니까요.”라고 대답했다.부모가 너무도 엄격해 숨이 막힌다는 심정을 그림으로 표시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청렴성에 비유되기도 한다.몇해 전 수도권의 한 자치단체장은 취임 직후 집무실의 출입문을 유리문으로 바꾸면서 ‘어항 속 붕어’와도 같은 투명한 행정을 펼치겠다고 공언했다.하지만 그는 임기 말 파크뷰 분양 비리의혹에 휩싸여 재선 도전에 실패했다.자신의 꾀에 스스로 넘어간 것인지,어항을 ‘선탠’했다고 착각한 것인지 아직 결론은 가려지지 않았다.

국회 인준동의를 얻지 못한 장상 전 국무총리 서리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본다.장 전 서리는 과거 여섯 차례에 걸친 주민등록 위장전입논란에 대해 자신이 모르는 가운데 시어머니가 옮긴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어항 속을 들여다 보고 있는 국민들을 납득시키지 못했다.장 전 서리가 ‘어항 속 붕어’의 교훈을 깨달았더라면 평소 ‘진 자리’를 피했음은물론,어항밖의 시각에서 의혹 부분을 해명했으리라.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
2002-08-0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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