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함양 ‘상림’/ ‘숲의 바다’서 천년의 기운을…

경남 함양 ‘상림’/ ‘숲의 바다’서 천년의 기운을…

임창용 기자 기자
입력 2002-07-05 00:00
수정 2002-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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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함양 상림(上林)에 처음 온 사람들의 첫 반응은 ‘이런 곳에 이런 숲이 있을 줄이야!’란 놀라움이다.

천년 역사의 인공 활엽수림이란 말만 듣고 고된 산행길을 각오하고 찾은 함양길.하지만 상림은 등산화까지 갖춰 신은 ‘서울촌놈’을 비웃듯 읍내 인근 벌판에 길게 자리잡고 있다.

위천 변을 따라 길게 뻗은 상림은 그야말로 숲의 바다다.3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 속에서도 숲으로 들어서니 서늘한 바람이 온 몸을 적신다.햇살 한줌 허용치 않는 숲속.바닥은 축축하고,음습한 기운이 온 몸에 스며든다.

이 곳엔 졸참나무,감나무,팥배나무,사람주나무,느티나무 등 수십년에서 수백년 수령의 110여종 2만여그루의 활엽수가 자라고 있다.하늘을 가린 고목잎에서 뿜어내는 피톤치트향이 상큼하다.

상림 한가운데는 위천변 도로가 생기기 전 사람과 말들이 오갔다는 폭 5m정도의 길이 관통한다.이 길은 몇 개의 실개울을 따라 난 오솔길과 이어져 산책로로 이용된다.

숲길 가장자리엔 사운정,화수정,초선정,함화루 등 옛 정자들이 서 있어 제법 운치가 있다.상림 옆에는 최치원 신도비와 척화비 등 함양에서 선정을 베푼 위정관들을 기리는 비석을 모아놓았다.

또 숲 한쪽엔 고운 최치원을 비롯,연암 박지원,김종직 등 함양에서 태어났거나 살았던 대학자 11명의 흉상을 모아놓은 인물공원이 조성돼 있다.

놀랍게도 상림은 1100여년전 조성된 인공 활엽수림이다.통일신라 말 진성여왕 재위 시절 대학자 최치원이 천령군(함양의 옛이름) 태수로 부임해 조성했다고 한다.마을을 가로지르던 위천(渭川)이 범람하는 것을 막기 위한 호안림(護岸林)이다.

당시엔 상림과 하림을 합쳐 숲 면적이 6만여평에 달했다고 한다.그러나 지금은 하림은 사라지고 길이 1.4㎞,폭 200여m 2만 7000여평의 상림만이 자라잡고 있다.상림은 천연기념물 154호로 지정돼 있다.

당시 심은 나무들은 모두 늙어 죽었지만 그 나무들이 몇 대에 걸쳐 씨를 뿌려 지금의 상림을 남기게 됐다.그래서 나무 굵기와 모양도 제각각이어서 인공림이란 느낌은 거의 들지 않는다.

신비한 것은 상림엔 뱀,개구리가 없다는 점.어머니가 상림에서 뱀을 보고 놀랐다는 말을 들은 최치원이 달려가 ‘모든 미물은 상림에 들지말라.’고 외친 후 뱀이 사라졌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함양 임창용기자 sdragon@

■여행 가이드

◇가는길-함양길이 멀다는 것도 옛말이다.지난해 대전∼진주 고속도로 개통으로 교통체증만 없다면 서울에서 함양까지 3시간 남짓이면 닿는다.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대전에서 대전∼진주 고속도로로 갈아타고 함양IC에서빠지면 된다.

IC에서 빠져나와 우회전해 나즈막한 고개를 하나 넘으면 함양읍이다.가던길로 직진해 읍내를 지나가면 위천이 나온다.위천을 건너기전 우회전해 천변도로를 5분정도 달리면 상림이다.대구나 광주 쪽에선 88고속도로를 타고 함양IC에서 빠지면 된다.

◇숙식-읍내 여관을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산해장여관(055-963-1500),상림장여관(963-1170)이 비교적 깨끗한 편이다.먹거리는 풍부한 편은 아니지만 읍내와 위천변 인근의 식당에서 내는 민물매운탕이 얼큰하고 시원하다.상림그린가든(63-7329)의 메기탕(1만 5000원)과 메기찜(2만원)이 유명하다.유명한안의갈비를 먹어보려면 안의면에 있는 30년 전통의 안의원조갈비찜집(962-0666)을 찾으면 된다.

◇인근 가볼만한 곳-마천면 삼정리에 위치한 지리산 자연휴양림(963-8133),안의면 상원리 용추자연휴양림,용추계곡이 한여름 피서지로 찾을 만 하다.문의 함양군청 문화관광과(960-5520).
2002-07-0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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