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16강 진출로 온 나라가 축제 분위기다. 만나는 사람마다 화두는 단연 월드컵이고 그 중에서도 한국의 16강 진출은 가장 흔한 소재다.이탈리아와의 16강전은 18일 열릴 예정이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벌써 경기장에 가 있는 듯하다.
“진짜는 이제부터다.” “내친 김에 4강까지 가자.”는 말을 주위에서 쉽게 들을 수 있다.진짜 월드컵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가 너무 한국팀에만 치우친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물론 우리나라가 월드컵 첫 승의 기대를 넘어 16강까지 오른 것은 놀라운 일이다.어떤 사람들은 ‘기적’이라고까지 말한다.
그렇지만 우린 개최국이란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다른 나라 손님들을 모시고 큰 잔치를 열고 있는 것이다.때문에 손님들이 더 흥겹게 놀 수 있도록 신경을 써야하는 것도 우리의 몫이다.한국팀의 경기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경기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 15일 독일-파라과이의 16강전 첫 경기가 열린 서귀포 제주월드컵경기장은 실망스러웠다.4만 2000여관중석은 가까스로 절반을 채웠을 정도로 보기 흉하게 비어 있었다.관중 가운데는 단체로 동원된 듯한 사람들이 즐비했다.심지어 노란색 유니폼을 입은 100여명의 초등학생까지 보였다.이마저도 전반전이 끝나자 빈자리는 더욱 늘었다.
이날 서귀포 경기장은 한국의 16강 진출로 들떠 있는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한 외국 관중은 “이제부터 본격적인 경기가 시작되는데 이곳은 거의 파장분위기”라며 의아해했다.
사람들의 무관심은 경기 뒤 무질서로 이어졌다.버스를 먼저 타기 위해 수백명의 사람들이 경기장 앞 2개 차선을 점거한 채 2시간여동안 전쟁을 치렀다.줄을 선 곳은 한군데도 없었다.외국인들도 덩달아 치열한 자리싸움에 끼어 들었다.
더욱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경찰과 자원봉사자들의 행동이었다.‘난장판’이 계속됐지만 거의 일손을 놓은 모습이었다.어떤 자원봉사자는 한시바삐 사람들을 다른 곳으로 몰아내기라도 하려는 듯 공항행 버스가 아닌 버스를 공항행이라고 말하면서 외국인에게 탈 것을 종용하기도 했다.
한국팀의 경기가끝나지 않은 것처럼 월드컵도 끝나지 않았다.우리는 월드컵이 끝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개최국이란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박준석기자 pjs@
“진짜는 이제부터다.” “내친 김에 4강까지 가자.”는 말을 주위에서 쉽게 들을 수 있다.진짜 월드컵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가 너무 한국팀에만 치우친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물론 우리나라가 월드컵 첫 승의 기대를 넘어 16강까지 오른 것은 놀라운 일이다.어떤 사람들은 ‘기적’이라고까지 말한다.
그렇지만 우린 개최국이란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다른 나라 손님들을 모시고 큰 잔치를 열고 있는 것이다.때문에 손님들이 더 흥겹게 놀 수 있도록 신경을 써야하는 것도 우리의 몫이다.한국팀의 경기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경기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 15일 독일-파라과이의 16강전 첫 경기가 열린 서귀포 제주월드컵경기장은 실망스러웠다.4만 2000여관중석은 가까스로 절반을 채웠을 정도로 보기 흉하게 비어 있었다.관중 가운데는 단체로 동원된 듯한 사람들이 즐비했다.심지어 노란색 유니폼을 입은 100여명의 초등학생까지 보였다.이마저도 전반전이 끝나자 빈자리는 더욱 늘었다.
이날 서귀포 경기장은 한국의 16강 진출로 들떠 있는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한 외국 관중은 “이제부터 본격적인 경기가 시작되는데 이곳은 거의 파장분위기”라며 의아해했다.
사람들의 무관심은 경기 뒤 무질서로 이어졌다.버스를 먼저 타기 위해 수백명의 사람들이 경기장 앞 2개 차선을 점거한 채 2시간여동안 전쟁을 치렀다.줄을 선 곳은 한군데도 없었다.외국인들도 덩달아 치열한 자리싸움에 끼어 들었다.
더욱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경찰과 자원봉사자들의 행동이었다.‘난장판’이 계속됐지만 거의 일손을 놓은 모습이었다.어떤 자원봉사자는 한시바삐 사람들을 다른 곳으로 몰아내기라도 하려는 듯 공항행 버스가 아닌 버스를 공항행이라고 말하면서 외국인에게 탈 것을 종용하기도 했다.
한국팀의 경기가끝나지 않은 것처럼 월드컵도 끝나지 않았다.우리는 월드컵이 끝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개최국이란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박준석기자 pjs@
2002-06-17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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