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16강 새로운 시작이다

[오늘의 눈] 16강 새로운 시작이다

오일만 기자 기자
입력 2002-06-15 00:00
수정 2002-06-15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태극전사들이여,들었는가.4700만 겨례가 외치는 저 승리의 함성을.

태극전사들이여.보았는가 월드컵 16강이 확정된 그 순간,4700만 겨례가 한몸으로 엉킨,기쁨의 군무(群舞)를.

2002년 6월 14일.태극전사들이여,그대들이 해낸 것은 단순히 16강 진출만이 아니다.48년 우리의 월드컵 역사와 함께한 현대사의 아픔을 그대들은 한 순간에 넘어섰다.

굴종과 억압으로 점철된 한반도의 역사를 새롭게 쓰면서 우리 민족의 자존심을 회복한 것이다.외세에 찢기고 IMF에 멍들고,남북 분단도 모자라 동서분열로 치닫는 우리 민족의 비극을 역사의 뒤안길로 만들었다.

태극전사들이여,광화문에 운집한 45만 붉은 악마들,전국 300만 길거리 응원단들의 외침이 들리는가.

한몸으로 부둥켜 안은 이들에겐 남북도,경상도도,전라도도 없었다.정치판에 난무한 추잡한 ‘색깔’도 보이지 않는다.오직 순수의 열정으로 뭉친 ‘하나’만이 있었다.

자정을 넘어 광화문에 모인 45만의 붉은 악마들이 외치는 ‘아리랑’의 함성은 밤새 멈출지를 몰랐다.

더 이상 100년전 북간도를 넘는,50년전 남북분단의 비극을 한탄하는 그런 아리랑이 아니었다.불과 15년전 광화문 네거리를 가득 메운 데모대들의 처절한 민주화 외침 대신,승리의 노래로 가득했다.바로 세계로 웅비하려는,젊은 한국,새로운 한국을 만들려는 절규인 것이다.

자 이제 새로운 시작이다.

4000만 민족이 함께 일궈낸 16강을 한 순간의 ‘한풀이’로 끝내지 말자.오늘 어렵사리 하나로 뭉친 ‘우리가’ 내일 또다시 분열과 비방의 주체로 변할 것인가.

태극전사들이여,그대들은 기억하라.최대 위기였던 지난 10일 미국전,절체절명의 순간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혼과 국민들의 열망이 기적을 이뤘다는 것을.4700만 겨레가 온몸으로 표출한 에너지를 새로운 한국 건설로 이어가는 것 또한 우리의 몫일 것이다. 오일만/ 사회교육팀기자oilman@
2002-06-15 8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