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열풍’ 선거는 ‘냉풍’

월드컵 ‘열풍’ 선거는 ‘냉풍’

입력 2002-06-03 00:00
수정 2002-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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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 월드컵 열기에 휩싸이면서 지방선거 유세장에는 ‘찬바람’이 불고 있다.

2일 서울 서대문구청장·서울시의원 후보 합동연설회가 열린 서울 서대문구 한성과학고 유세장의 경우 유세 시작 때 300여명에 달했던 유권자가 마지막 후보 연설때는 60여명으로 줄었다.

모 정당 관계자는 “10여년 동안 선거운동원으로 일했지만 이번처럼 냉담한 적은 처음”이라며 “한마디로 대책이 없다.”고 한탄했다.

젊은층의 선거 외면은 심각하다.대학생들의 선거 참여를 이끌기 위해 서울대 학생들이 구성한 ‘6·13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선거운동본부’는 아예 활동계획을 월드컵 경기에 맞추고 있다.운동본부 김백선(25)씨는 “한국경기나 인기 국가대표팀의경기가 있는 날은 활동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 정당의 서울시장후보 선거캠프 관계자는 “유권자에게 명함돌리기는 커녕 악수조차 하기 힘들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K구청장에 출마한 후보는 “전화 홍보를 하는 운동원들이 유권자들로부터 ‘월드컵 중계방송을 보는데 왜 자꾸 전화를하느냐.’며 핀잔을 듣기도 한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월드컵조직위와는 반대로 자원봉사자가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각 구 선관위는 50명까지 유급 자원봉사자를 모집,부정선거 감시활동을 벌이도록 돼 있으나 정원을 채운 구청은 드물다.서울 성북구 선관위 관계자는 “자원봉사자가 38명에 불과해 일손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안타까워했다.

유권자들의 관심이 월드컵으로 쏠리자 후보들의 선거전략도 월드컵을 좇고 있다.

서울 J구청장 후보는 멀티미디어 차량을 구해 거리에서 월드컵 경기를 중계해주고있다.이 후보는 “중계방송이 끝나면 모였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흩어진다.”면서“그저 차량에 붙은 기호와 이름이나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유권자들의 민원 대부분이 선거운동원들의 소음에 대한 불만일 정도로 선거 분위기가 가라앉았다.”면서 “선거 불참은 더 큰 정치불신만 불러오는 만큼 꼭 투표에 참여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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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구 구혜영기자 koohy@
2002-06-0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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