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광장] 세계는 지금 ‘정부 재창조’ 추세

[대한광장] 세계는 지금 ‘정부 재창조’ 추세

오석홍 기자 기자
입력 2002-05-28 00:00
수정 2002-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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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를 선거의 해라고 한다.각종 선거공약이 양산되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넘치는 선거공약 가운데서 우리가 특히 무거운 비중을 두게 되는 것은 대선 후보들의 공약이다.공약선택의 여러 분야 가운데서 사람들의 이목을 쉽게 끌 수 있는 항목은 입법과 기구 신설에 관한 것들이다.따라서 각 후보진영에서는 신규 입법과 기구 신설의 선언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울 것이다.그러한 선언의 경쟁이 지나치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선거공약 선택에 관한 우리의 구(舊)시대적 정치문화는이제 달라져야 한다.새로운 법률이나 새로운 정부기구를만들겠다는 공약을 채택할 때에는 열번 스무번 심사숙고해서 꼭 필요하고,성공이 확실시되는 것만 골라야 한다.선거공약에 의한 개혁은 ‘빚갚기식 개혁’이기 때문에 실천단계에서 합리적 분석이 제약된다.후퇴하기도 매우 어렵다.따라서 긁어부스럼을 만들기도 하고 낭비를 빚기도 한다.‘개혁쓰레기’를 만들어 뒤에 오는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기도 한다.

법과 행정기구는 필요의 변화에 따라 개폐와 신설이되풀이돼야 한다.그러나 거기에 불필요하거나 지나친 것들이끼어들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우리나라에는 이미 법률이 너무 많다.정부기구의 과잉팽창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크다.‘작은 정부’ 구현은 인기있는 정치적 수사(修辭)로되어 있다.

법과 정부기구가 필요한 소외영역이 방치되고 있는 것을보는 사람들은 법과 기구가 너무 많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그러나 도시인구집중처럼 법률밀도,기구밀도가 높은 곳에 법과 기구가 연거푸 추가되는 것이 문제다.

병리적 관료행태 가운데 ‘법령빙자형’이라는 것이 있다.법 때문에 또는 법이나 기구가 없기 때문에 대(對)국민봉사를 못한다는 핑계가 많다. “서투른 숙수(熟手) 안반나무란다.”는 옛말이 있다. “음식솜씨 없는 아줌마 프라이팬 탓한다.”고나 할까.

법령빙자형 핑계에 매달려 법 위에 법,기구 위에 기구,감시자 위에 감시자를 양산하다 보면 정부실패의 큰 함정에빠진다.법치제도의 권위실추,불신,낭비,책임회피,부패의온상 제공 등이 그러한 함정의 예이다.

부패방지를위한 법률과 정부기구들이 얼마나 많이 만들어졌는가를 보면 어안이 벙벙해질 것이다.옥상옥이라는 표현으로는 설명이 부족할 것 같다.부패방지제도에는 보통이 있고 특별이 있다.특별위에 또 다른 특별이 이어진다.부패방지법령·기구의 수와 부패지수가 정비례한다고 말하면 너무 냉소적이라고 할 것인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에 관한 법규정에 대해서도 비슷한말을 할 수 있다.우리나라는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유례없이 강경한 법률을 가지고 있다.그러나 오랫동안공무원들이 얼마나 많이 정파적으로 오염되고 이용되었던가는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서구 선진제국에서나,우리나라에서나 산업화과정을 거치는 동안 거대정부와 행정국가가 만들어졌다.법령·규칙·절차 등등이 폭증해 정부와 국민을 동여매고 목을 조이는‘번문욕례 국가’가 만들어졌다.

이를 역추진하려고 선진사회에서 시작한 정부재창조운동은 국민생활에 대한 국가 관여를 줄여야 한다는 탈국가화의 원리,작은 정부의 원리,탈관료화의 원리,그리고 과잉법제화·과잉규칙화로 인한 번문욕례 타파의 원리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원리들은 오늘날 세계적으로 호응을 얻고 있는 개혁이념이다.세계화의 추세를 보이고 있는 정부재창조운동은 우리에게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법의 과잉생산과 정부기구 중첩화·비대화는 앞으로 점점 더 큰 부담과 고통이 될 것이다.법제도와 정부기구의 단순화·간소화는 시대적 현안이다.이에 대한 대선후보자들의 참신한 청사진을 기대한다.단순화·간소화 지향의 개혁노선에 부합되는 법령·기구 정비안은 정권의 화려한 출범보다는 성공적인 마무리에 더 큰 도움을 줄 것이다.

◆ 오석홍 서울대 명예교수·행정학
2002-05-28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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