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길섶에서] 다툼의 미학

[2002 길섶에서] 다툼의 미학

양승현 기자 기자
입력 2002-05-21 00:00
수정 2002-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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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명나라 때 홍자성이 지은 채근담(菜根譚)은 다툼의허망함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즉 ‘석화(石火·부싯돌로 만들어내는 불)같이 빠른 빛 속에 길고 짧음을 다툼이여,이긴들 얼마나 되는 광음(光陰)이뇨.달팽이 뿔 위에서 자웅을 겨룸이여,이겨 본들 얼마나 되는 세계뇨.’

동양의 고전은 곱씹을수록 그 맛이 새롭다.그리고 가슴 깊은 곳에서 ‘그래,맞아’를 연발하게 만드는 묘한 마력을지닌다.자연의 순리에서 교훈을 찾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바쁜 일상 속의 우리는 이를 잊고 지낸다.아침 출근 때부터 크고 작은 전쟁을 치르며 산다.남보다 먼저 차를 잡아야 하고,많이 벌어야 하고,높이 올라가야 하고….끝없는 다툼의 연속이다.그러다 겨우 내리막길에 들어서야 비로소 자신을 되돌아보는 여유를 갖는다.다 부질없는 허망한것임을 그때서야 깨우친다.

사생결단의 국면으로 접어든 대권 쟁투도 어찌보면 ‘달팽이 뿔(지극히 작은 영역) 위의 다툼’은 아닐는지….

양승현 논설위원

2002-05-2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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