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 피해유족 안타까운 사연

연쇄살인 피해유족 안타까운 사연

입력 2002-05-07 00:00
수정 2002-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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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이 어떤 딸인데….더 이상 살아갈 희망이 없습니다.”

지난달 발생한 경기 용인 연쇄살인 사건의 피해자들이 생계를 책임지고 성실하게 살아가던 여성 가장들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효녀이자 가장을 잃어버린 유가족은 하소연할 곳도 없이 절망과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밤 회사 야유회를 다녀 오다 택시로 위장한범인들의 차량에 오른 이모(21·수원시 권선구 매탄동)씨는 딸만 아홉을 둔 가난한 집안의 넷째딸이었다.방 2칸의1000만원짜리 전셋집과 몇몇 낡은 가재도구가 재산의 전부다.

10여년 전부터 잇따른 사업 실패와 병마 등으로 아버지(53)와 어머니(46)가 생활비를 벌지 못했고,큰언니와 둘째언니마저 출가해 생계는 이씨와 셋째언니가 책임질 수밖에없었다.7살 짜리 막내를 포함,동생 5명의 학비와 용돈도 고스란히 이씨의 몫이었다.

숨진 이씨는 수원 D여상을 우등생으로 졸업할 만큼 학업성적이 뛰어났지만 집안 형편 때문에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지난해 10월 수원 모 은행에취직했다.살해되기 한달전에는 그동안 모은 돈으로 집 근처에 보증금 500만원짜리 분식집을 차려 부모님에게 ‘선사’할 정도로 효심이 깊었다.딸의 사망 소식을 듣고 혼절했던 어머니는 “딸이 생전에 속이라도 썩였다면 이렇게 억울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달 29일 새벽 범인들에게 납치,살해된 안모(21·수원시 권선구 오목천동)씨는 어머니(46)를 혼자 모시고 사는‘소녀가장’이나 다름없었다.어머니는 3년전 이혼한 뒤파출부 생활로 생계를 잇던 중 질병을 얻어 몸져 누웠다.안씨가 수원 모 상가 의류매장에서 일하며 받은 월급 100만원 안팎이 유일한 수입이었다.



이창구 이영표기자 window2@
2002-05-07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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