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기자가 본 종교 만화경] 모세의 기적

[김성호기자가 본 종교 만화경] 모세의 기적

김성호 기자 기자
입력 2002-04-15 00:00
수정 2002-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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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적인 의미로 볼 때,기적(奇蹟)은 초자연적인 힘이나신의 힘이 있어서 작용했다고 하지 않으면 설명할 수 없는 비상하고 놀라운 사건이다.동서양을 떠나 세상 어느 곳에든 기적적인 사건을 믿고 문화적으로 수용하려는 흔적이드러난다.이 믿음은 특히 모든 종교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특성이기도 하다.

힌두교 요가 수행자가 보여주는 괴력이나,대승불교 전통에서 설명하는 석가모니 부처의 생애와 유물관련 기적 등이 대표적인 예다.이슬람교도 마호메트를 기적과 기적의힘을 부인한 유일한 종교 창시자로 여기면서도,후대에는그의 생애를 기적적인 일화들로 서술했다.이슬람교도들은기적을 행한 성인들의 무덤을 찾는 순례를 연례적으로 행한다.

기적과 종교의 연관성을 볼 때 그리스도교는 단연 압도적이다.구약성서 전체를 통해 기적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며 신약성서에는 예수 그리스도가 병을 치료하거나 먹을 것을 나눠주는 등의 숱한 기적이 들어 있다.신약시대이후에도 기적은 그치지 않으며 가톨릭의 경우 성인(聖人)으로 추앙되려면 공인된기적이 반드시 필요하다.신이 선별했다는 백성인 이스라엘인들의 역사에는 자신들을 잡아간 이집트에 10가지 역병이 기적적으로 발생했다고 적혀있다.

그리스도교의 기적 가운데서도 ‘모세의 기적’은 신앙을 떠나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것이다.애굽의 압제를 피해 탈출한 히브리인들이 나일강 삼각주 지역에서 출발해 시나이 반도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홍해가 갈라졌다는 불가사의다.이 바다의 기적을 놓고 신학자들 사이에 많은 논란이 거듭했지만 그리스도교 내부에선 변함없이 ‘야훼 하나님이이스라엘 민족의 생존을 위해 일으키신 기적’으로 인정된다.

한국에서도 이맘때 쯤이면 여러 곳에서 ‘바다 갈림’ 현상이 일어나고 어김없이 이 현상엔 ‘현대판 모세의 기적’이란 수식어가 붙는다.과학적으로 설명되는 자연현상으로 인식되면서도 ‘모세의 기적’이 운운되는 것은 과학을 넘어선 어떤 절대성에의 의지 본능이나 나약한 인간 본성의 표출이 아닐까.

얼마 전 세계의 이목이 베들레헴에 집중됐다.팔레스타인자살폭탄 테러범들이 피신한 예수탄생교회를이스라엘군이 탱크를 동원해 ‘농락한’ 희대의 사건 탓이다.아기 예수가 태어났다는 성경의 마굿간 기록을 따라 세웠다는 예수탄생교회다.종교적 기적들을 역사 그대로 주장하는 이스라엘이 자신들의 역사와 신앙의 모태를 허문 것은 아닌지.이스라엘에서 멀리 떨어진 우리 바다의 갈림 현상은 올해도변함없을 터이지만 이를 보고 ‘모세의 기적’보다는 이같은 기적을 오염시킨 이스라엘군의 교회난입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 같다.



김성호기자
2002-04-1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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