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주총 하던날/ 호루라기 불며 피켓시위

하이닉스 주총 하던날/ 호루라기 불며 피켓시위

입력 2002-03-29 00:00
수정 2002-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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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이닉스를 정치적 희생물로 삼아 헐값에 팔아 넘기려 하느냐.” “우리가 메모리를 보고 주식을 샀지,비메모리를 보고 샀나” 28일 오전 10시 경기도 이천의 하이닉스 본사.이곳 아미문화센터 지하홀에서 열린 하이닉스 정기 주주총회는 ‘농성장’을 방불케했다.

하이닉스를 미국 마이크론에 매각하려는 움직임에 반대하는 700여명의 소액주주들은 격앙된 목소리로 분통을 터트렸다.

‘회생하는 하이닉스 국부유출 웬말이냐’ ‘진념 퇴진하라’는 피켓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고 일부는 ‘매각반대’를 외치는 주장이 나올때마다 호루라기를 불며 분위기를주도했다.단상에 오른 박종섭(朴宗燮)사장은 진땀을 흘리며 해명에 나섰지만 시종 난감한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지방에서 왔다는 한 소액주주는 “박사장이 미국만 갔다오면 주가가 떨어진다.”고 말문을 연뒤 “어마어마한 반도체 회사를 미국에 그것도 헐값에 왜 팔려고 하는지 딱부러지게 설명해달라”고 추궁했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온 한 주주는 “마이크론이 하이닉스보다 분기 적자가 더 큰데돈까지 꿔주면서 왜 팔려고 하느냐”고 따졌다.

‘하이닉스 살리기 국민운동연합회’ 오필근 의장은 “37만 주주나 되는 국민기업을 놓고 ‘비밀협상’을 진행하는게 말이 되느냐”면서 “반도체 값도 상승한 만큼 채권단이 마이크론에 지원하는 조건으로 하이닉스를 지원한다면충분히 독자생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사장은 “아직 마이크론과의 협상에서 분명히 합의된것이 없고 사인(Sign)할 수 있는 단계도 아니다.”라고 공세를 비켜갔지만 소액주주들은 좀처럼 마음을 누그러뜨리지 못했다.

연합회측은 또 오전에 주주 제안형태로 매각반대안을 긴급안건으로 상정할 것을 요구했다.회사측은 긴급안건 상정은 주총 개최 6주전 전체 주식의 1.5%를 보유한 주주들이행사해야 한다는 점을 들어 거부했으나 오후 들어 이 안건을 전격적으로 받아들여 표결 일보 직전까지 돌입했다.

원래 안건인 2001년 재무제표와 이사보수한도(20억원)는먼저 통과시킨 뒤 매각반대 안건은 표결에 부치기로 했다.

그러나 표결방법을 둘러싸고 5억7000만 주식의 과반수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는 회사측과 이날 주총장에 참석한 사람만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소액주주측이 이견을 보여 실제 표결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

박사장은 “소액주주들의 매각반대 의견을 안 만큼 조만간 열릴 이사회에서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밝힌 뒤 주총개최 5시간만인 오후 3시쯤 서둘러 폐회했다.공은 이사회로 넘어갔지만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워낙 거세 하이닉스매각협상은 타결되더라도 두고두고 난항이 불가피함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이천 김성수기자 sskim@
2002-03-2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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