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국은 이미 선거 분위기에 젖어들고 있다.각 신문들은 벌써 선거보도체제에 돌입한 듯 민주당 후보경선,지방선거 출마자 예상보도 등 선거관련 기사가 지면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한국사회는 1987년 이후 세 번에 걸친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그리고 올해 치러질 양대 선거를 통해 ‘형식적 민주주의’에서 ‘질적 민주주의’로의 착실한 이행이 가능한가에대한 실험대에 올라 있다.이 실험이 성공할지의 여부는 국민 모두의 몫이지만 언론의 사명이 아주 크다.왜냐하면 언론매체는 정치적 사건의 의미와 상징을 해석해주고,후보자의 정책과 인물에 관한 공정하고 상세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민주시민의 합리적인 투표를 도와야 할 의무를 지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언론은 선거과정에서 특정 정치세력을 편들거나,정치적 사실을 왜곡해서 묘사함으로써 유권자의 선택과정에 편향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지난 제16대 총선에서 시민사회가 정치개혁과 함께 언론개혁을 요구한 것은바로 이 때문이다.하지만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 있었던 것과 같은 노골적인 편파보도는 언론사의 자정과 언론인들의 노력으로 인해 많이 개선된 것 또한 사실이다.최근 여러언론사와 언론단체에서 선거보도준칙을 세우고,그것을 실천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는 점은 참으로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데 과거의 부정적 관행이 없어졌거나 줄어들었다고해서 문제가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오히려 또 다른 문제점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첫째,겉으로는 객관성과 중립을 강조하면서 암암리에,또는 은근슬쩍 특정후보를 편드는 일이다.이는 차라리 공개적으로 특정후보를 지지하는일보다 훨씬 나쁘다.‘매개’해야 할 사명을 망각하고 ‘개입’하여 독자를 기만하는 일이다.둘째,선거의 의의보다는 부작용을 더 강조하는 보도가 그것이다.이는 정치적 냉소주의를 촉발시키고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조장함으로써민주주의의 기반을 약화시킨다는 점에서 편파보도에 버금가는 바람직하지 못한 관행이다.셋째,신문이 다루는 정보가 너무 적거나 정확하지 못해서 유권자의 선택에 별로 도움을 주지 못하는 점이다.이는 언론사간의 속보경쟁,언론사 내부의 인력부족,기자의 전문성 부족 등의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다.하루바삐 고쳐나갈 일이다.넷째,선거를 전국적인 차원에서 균형 있게 다루지 못하고 중앙정치의 잣대로 보도해 버리는 일이다.이로 인해 유권자들은 정작 자신이 뽑아야하는 자기 지역의 후보자들에 관한 정보를 언론으로부터 제대로 얻지 못할 수 있다.
올해의 선거에서도 이러한 보도자세를 계속 가져나간다면 시민,유권자가 언론을 외면하는 계기를 언론 스스로가 제공할 수도 있다.신문은 정치를 개혁하라고 매일 아침 엄포를 놓지만,곰곰이 생각해보면 신문이 선거보도를 제대로하는 일이야말로 정치개혁을 앞당기는 길이다.동시에 기존의 독자를 유지하고,새로운 독자를 만들어내는 일이기도하다.결국 올바른 선거보도는 한국정치와 한국언론이 함께 사는 상생(相生)의 길이다.
선거를 통해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 정당과 후보자뿐이라고 생각하면 큰 코 다칠 수도 있다.이번 선거를 어떻게보도하느냐에 따라서 언론도 국민의 심판을 받을 수 있다.
언론이선거보도에 있어서 공정성을 잃거나,구태의연한 보도태도를 버리지 못할 경우에는 언론을 보는 국민의 눈이더욱 냉담해질 수 있다.2002년은 선거의 해이므로 또한 각 신문들의 실력이 유감없이 드러나는 해이기도 하다.시민·유권자가 이번 선거보도를 통해 보고싶은 것은 편파보도나 경마중계식 보도,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별 의미 없는‘유세장 스케치'가 아니다.
선거의 의미를 독자와 함께 쉽게 풀어보고 더불어 생각하려는 서비스 정신,시민이 원하는 의제가 기사에 반영되는시민중심주의,과학적이고 실증적으로 후보와 정책을 철저하게 분석하려는 전문적인 자세다.이번 선거에서도 이런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지금까지 기존의 언론매체에 기대했던 역할을 다른 곳에서 찾으려 할 수도 있다.2002년은 국가대표 축구선수,각 정당과 후보들뿐 아니라 언론에도 꽤 만만치 않은 한 해가 될 것 같다.
▲김무곤 동국대 교수·신문방송학
그러나 일부 언론은 선거과정에서 특정 정치세력을 편들거나,정치적 사실을 왜곡해서 묘사함으로써 유권자의 선택과정에 편향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지난 제16대 총선에서 시민사회가 정치개혁과 함께 언론개혁을 요구한 것은바로 이 때문이다.하지만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 있었던 것과 같은 노골적인 편파보도는 언론사의 자정과 언론인들의 노력으로 인해 많이 개선된 것 또한 사실이다.최근 여러언론사와 언론단체에서 선거보도준칙을 세우고,그것을 실천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는 점은 참으로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데 과거의 부정적 관행이 없어졌거나 줄어들었다고해서 문제가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오히려 또 다른 문제점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첫째,겉으로는 객관성과 중립을 강조하면서 암암리에,또는 은근슬쩍 특정후보를 편드는 일이다.이는 차라리 공개적으로 특정후보를 지지하는일보다 훨씬 나쁘다.‘매개’해야 할 사명을 망각하고 ‘개입’하여 독자를 기만하는 일이다.둘째,선거의 의의보다는 부작용을 더 강조하는 보도가 그것이다.이는 정치적 냉소주의를 촉발시키고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조장함으로써민주주의의 기반을 약화시킨다는 점에서 편파보도에 버금가는 바람직하지 못한 관행이다.셋째,신문이 다루는 정보가 너무 적거나 정확하지 못해서 유권자의 선택에 별로 도움을 주지 못하는 점이다.이는 언론사간의 속보경쟁,언론사 내부의 인력부족,기자의 전문성 부족 등의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다.하루바삐 고쳐나갈 일이다.넷째,선거를 전국적인 차원에서 균형 있게 다루지 못하고 중앙정치의 잣대로 보도해 버리는 일이다.이로 인해 유권자들은 정작 자신이 뽑아야하는 자기 지역의 후보자들에 관한 정보를 언론으로부터 제대로 얻지 못할 수 있다.
올해의 선거에서도 이러한 보도자세를 계속 가져나간다면 시민,유권자가 언론을 외면하는 계기를 언론 스스로가 제공할 수도 있다.신문은 정치를 개혁하라고 매일 아침 엄포를 놓지만,곰곰이 생각해보면 신문이 선거보도를 제대로하는 일이야말로 정치개혁을 앞당기는 길이다.동시에 기존의 독자를 유지하고,새로운 독자를 만들어내는 일이기도하다.결국 올바른 선거보도는 한국정치와 한국언론이 함께 사는 상생(相生)의 길이다.
선거를 통해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 정당과 후보자뿐이라고 생각하면 큰 코 다칠 수도 있다.이번 선거를 어떻게보도하느냐에 따라서 언론도 국민의 심판을 받을 수 있다.
언론이선거보도에 있어서 공정성을 잃거나,구태의연한 보도태도를 버리지 못할 경우에는 언론을 보는 국민의 눈이더욱 냉담해질 수 있다.2002년은 선거의 해이므로 또한 각 신문들의 실력이 유감없이 드러나는 해이기도 하다.시민·유권자가 이번 선거보도를 통해 보고싶은 것은 편파보도나 경마중계식 보도,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별 의미 없는‘유세장 스케치'가 아니다.
선거의 의미를 독자와 함께 쉽게 풀어보고 더불어 생각하려는 서비스 정신,시민이 원하는 의제가 기사에 반영되는시민중심주의,과학적이고 실증적으로 후보와 정책을 철저하게 분석하려는 전문적인 자세다.이번 선거에서도 이런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지금까지 기존의 언론매체에 기대했던 역할을 다른 곳에서 찾으려 할 수도 있다.2002년은 국가대표 축구선수,각 정당과 후보들뿐 아니라 언론에도 꽤 만만치 않은 한 해가 될 것 같다.
▲김무곤 동국대 교수·신문방송학
2002-03-23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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