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길섶에서] 경로석

[2002 길섶에서] 경로석

정인학 기자 기자
입력 2002-03-12 00:00
수정 2002-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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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을 운행하는 전동차에는 노약자석이따로 마련되어 있다.불문곡직하고 노인을 비롯해 신체적으로 허약한 이웃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도록 지정한 특구인 셈이다.실제로 객차 앞 뒤쪽으로 6석씩 마련한 노약자석은 노인 공경의 제도적 장치로 잘 작동되고 있다.

그런데 노약자석에 더 이상 앉을 자리가 없어 노인들이 승객들 사이에서 장시간 시달리더라도 자리를 양보하는 젊은이가 거의 없어졌다.노약자석 지정제도가 일반석은 노인에게 양보하지 않아도 좋다는 뜻으로 경로 의식을 변질시켜논 것이다.

‘빗나간 의식’은 노약자석이 따로 없는 좌석 버스에까지확산돼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광경을 보기가 쉽지 않다.노인이 옆에 서 있을 경우 일반석도 노인에게 양보해야 한다는 인식이 어느새 노약자석만 노인의 몫으로 남기면 된다는 식으로 일그러졌다. 노약자석이 엉뚱하게 ‘노약자 홀대’의 지렛대가 되었다. 의식 전환의 뒷받침이 없는 제도는자칫 ‘독’이 될 수도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정인학 논설위원

2002-03-1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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