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예나 지금이나 개인의 운명과 국가의 미래를 결정짓는 만고불변의 상수다.건국이래 역대 정부가 사교육 대책에 부심했지만 과외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고 작금세계 각국이 인적자원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교육개혁을서두르고 있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렇게 중요한 교육이 시장원리와 형평성이라는 본질적인문제에 부닥쳐 또다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교평준화 논쟁이 대표적인 경우다.논쟁의 시발은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11비전과 과제’라는 보고서에서 고교평준화제도를 폐지하고 시장논리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데서 비롯됐다.무한경쟁시대를 헤쳐 나가려면 경쟁원리를도입해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 시장론자들의 주장이다.이들은 평준화 28년에 교육현장이 황폐화되어 학생들의 학력 수준이 저하하고 있으며 이에 실망한 학부모들이 강남으로 몰려들어 부동산 값이 뛰는 것을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한다.반면 교육부는 평준화를 폐지하고 사립학교를 자율화하면 중3병이 도지고 공교육 붕괴가 더욱 가속화된다는 반론을펴고 있다.대다수 학부모와 국민여론도폐지를 원치 않는다는 설명이다.
시장론과 형평론은 각각 장단점을 갖고 있다.시장론은 경쟁을 부추겨 교육수준을 높이는 장점이 있지만 뒤처진 자와 못가진 자를 더욱 힘겹게 만드는 단점도 있다.한편 형평론은 기회균등과 공정경쟁의 미덕을 살리는 장점이 있지만 교육의 질적 저하를 감수해야 한다.따라서 양자택일식으로 문제를 접근할 것이 아니라 수렴논리로 접근해야 한다.시장론의 장점과 형평론의 장점을 다 함께 살려 나가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의미다.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우선 교육부는 이번 기회에 교육정책의 기조를 바로 세운다는 각오로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시장론과 형평론의 보완가능성을 치밀하게 분석해서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개발연구원이 시장론을 주장한다고 해서 갑자기 정책기조를 바꿔서는 안된다.무조건 거부반응을 보이거나 우왕좌왕하는 것은 이성적인 자세가 아니다.평준화정책을 획일적으로 밀고 나가는 것도 지양해야 하고 시장원리를일거에 적용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성급한 결정이나 땜질식 처방은 절대 삼가야 한다.사회학자 아미타이 에치오니(Amitai Etzioni)의 주장을 빌리면 모든 정책은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관점과 미시적이고 단기적인 관점에서 균형과 조화를 이룰 때 현실적 합성과 실천 가능성을 갖추게 된다.
둘째,교육적 관점뿐만 아니라 사회경제학적 관점에서도문제를 해부해 봐야 한다.교육정책은 사회경제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어 교육학적 관점으로만 접근하면 시각적편협성의 오류를 범하기 쉽다.개발연구원이 경제학적 관점에서 시장론을 제시했다는 것은 경제학적 접근의 필요성을 일깨워 준다.예컨대 인적자원개발 정책을 교육논리로만접근한다면 노동시장과 괴리된 결론을 도출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교육부는 이 점을 깊이 인식하고 시각의 폭을 넓혀야 하고 의견수렴을 폭넓게 해야 할 것이다.
셋째,교육개혁은 교육목표의 본질을 파고 드는데 초점을맞춰야 한다.과외병 치유와 아파트값 안정이 교육의 본질이 아닌데도 우리의 교육정책은 이러한 부작용 문제에 매달려 우왕좌왕해 온 게 사실이다.지금까지 역대 정부가 추진해 온 교육개혁이란 것이 교육이념을 실현하고 목표를달성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부작용 해소에 매달려 온 셈이다.
평준화 문제만 해도 신흥 명문고가 생겨나 입시과열을 부채질할 것을 우려해서 성급하게 도입하다 보니 원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만 것이다.이런 식으로 하다 보니 새로운 정책은 대부분 실험으로 끝나고 일제시대 교육이 차라리 더 낫다는 역설적인 혹평이 나오게 된 것이다.이런논거에서 볼 때 고교평준화 정책이나 신입생 학교배정방식을 현재 말썽이 되고 있는 서울 강남지역의 집값 문제와연계시켜 수정한다면 교육의 본질을 또 한번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교육평준화 논란과 고교신입생 학교배정파동은 교육개혁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하나의 본보기다.교육부의 고뇌도 그만큼 클 것이다.새로 나올 보완책이 시장론자와 형평론자의 논리를 절묘하게 절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호진 고려대교수·전 노동부장관
이렇게 중요한 교육이 시장원리와 형평성이라는 본질적인문제에 부닥쳐 또다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교평준화 논쟁이 대표적인 경우다.논쟁의 시발은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11비전과 과제’라는 보고서에서 고교평준화제도를 폐지하고 시장논리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데서 비롯됐다.무한경쟁시대를 헤쳐 나가려면 경쟁원리를도입해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 시장론자들의 주장이다.이들은 평준화 28년에 교육현장이 황폐화되어 학생들의 학력 수준이 저하하고 있으며 이에 실망한 학부모들이 강남으로 몰려들어 부동산 값이 뛰는 것을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한다.반면 교육부는 평준화를 폐지하고 사립학교를 자율화하면 중3병이 도지고 공교육 붕괴가 더욱 가속화된다는 반론을펴고 있다.대다수 학부모와 국민여론도폐지를 원치 않는다는 설명이다.
시장론과 형평론은 각각 장단점을 갖고 있다.시장론은 경쟁을 부추겨 교육수준을 높이는 장점이 있지만 뒤처진 자와 못가진 자를 더욱 힘겹게 만드는 단점도 있다.한편 형평론은 기회균등과 공정경쟁의 미덕을 살리는 장점이 있지만 교육의 질적 저하를 감수해야 한다.따라서 양자택일식으로 문제를 접근할 것이 아니라 수렴논리로 접근해야 한다.시장론의 장점과 형평론의 장점을 다 함께 살려 나가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의미다.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우선 교육부는 이번 기회에 교육정책의 기조를 바로 세운다는 각오로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시장론과 형평론의 보완가능성을 치밀하게 분석해서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개발연구원이 시장론을 주장한다고 해서 갑자기 정책기조를 바꿔서는 안된다.무조건 거부반응을 보이거나 우왕좌왕하는 것은 이성적인 자세가 아니다.평준화정책을 획일적으로 밀고 나가는 것도 지양해야 하고 시장원리를일거에 적용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성급한 결정이나 땜질식 처방은 절대 삼가야 한다.사회학자 아미타이 에치오니(Amitai Etzioni)의 주장을 빌리면 모든 정책은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관점과 미시적이고 단기적인 관점에서 균형과 조화를 이룰 때 현실적 합성과 실천 가능성을 갖추게 된다.
둘째,교육적 관점뿐만 아니라 사회경제학적 관점에서도문제를 해부해 봐야 한다.교육정책은 사회경제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어 교육학적 관점으로만 접근하면 시각적편협성의 오류를 범하기 쉽다.개발연구원이 경제학적 관점에서 시장론을 제시했다는 것은 경제학적 접근의 필요성을 일깨워 준다.예컨대 인적자원개발 정책을 교육논리로만접근한다면 노동시장과 괴리된 결론을 도출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교육부는 이 점을 깊이 인식하고 시각의 폭을 넓혀야 하고 의견수렴을 폭넓게 해야 할 것이다.
셋째,교육개혁은 교육목표의 본질을 파고 드는데 초점을맞춰야 한다.과외병 치유와 아파트값 안정이 교육의 본질이 아닌데도 우리의 교육정책은 이러한 부작용 문제에 매달려 우왕좌왕해 온 게 사실이다.지금까지 역대 정부가 추진해 온 교육개혁이란 것이 교육이념을 실현하고 목표를달성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부작용 해소에 매달려 온 셈이다.
평준화 문제만 해도 신흥 명문고가 생겨나 입시과열을 부채질할 것을 우려해서 성급하게 도입하다 보니 원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만 것이다.이런 식으로 하다 보니 새로운 정책은 대부분 실험으로 끝나고 일제시대 교육이 차라리 더 낫다는 역설적인 혹평이 나오게 된 것이다.이런논거에서 볼 때 고교평준화 정책이나 신입생 학교배정방식을 현재 말썽이 되고 있는 서울 강남지역의 집값 문제와연계시켜 수정한다면 교육의 본질을 또 한번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교육평준화 논란과 고교신입생 학교배정파동은 교육개혁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하나의 본보기다.교육부의 고뇌도 그만큼 클 것이다.새로 나올 보완책이 시장론자와 형평론자의 논리를 절묘하게 절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호진 고려대교수·전 노동부장관
2002-02-2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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