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한심한 美 토크쇼

[씨줄날줄] 한심한 美 토크쇼

정인학 기자 기자
입력 2002-02-26 00:00
수정 2002-02-26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미국 솔트레이크 동계 올림픽과 악연을 끊기 위해 무슨 액땜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이번에는 TV 방송사가 아물어가는 ‘김동성 파문’을 긁었다.미국 NBC방송의 인기 프로 ‘투나잇 쇼’ 진행자 제이 레노가 김동성 선수가 금메달을빼앗겼던 그 날 방송을 진행하면서 ‘한국 선수는 화가 많이 나 집에 가서 개를 발로 차고는 아예 잡아먹었을지도 모른다.’고 비아냥거렸다는 것이다.쇼트트랙에 개고기가 왜등장하느냐는 것이다.

‘김동성 파문’을 삭이고 있던 네티즌들이 즉각 분통을터트린 것은 당연하다.‘투나잇 쇼’ 프로 성격이나 진담인듯, 농담인 듯 애매한 어법을 구사하는 제이 레노의 캐릭터를 감안하더라도 개고기 운운은 너무 억지다.이같은 사실이전해진 시점은 울분을 배가시켰다. 문제의 오노 선수가 이번에는 쇼트트랙 500m 준결승전에서 역시 반칙으로 승부를걸었다가 실격당해 ‘반칙왕’임이 재확인된 터였다.그런데도 한국을 대변해야 할 대한올림픽위원회(KOC)위원장은 자신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도 겸하고 있기 때문인지오판으로 얼룩진 ‘이번 대회를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해네티즌 울분을 부채질하기도 했다.

한국을 바라보는 미국의 눈길은 결코 차가운 게 아니다.오히려 따뜻한 편이다.때를 같이해 발표된 미국 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54%가 한국을 ‘좋은 나라’라고 평가했다.이웃 나라인 캐나다나 영국만은 못해도 이스라엘이나 이집트와 함께 ‘2등급 선호국가’였다.그럼에도 제이 레노는 한국을 3류 국가로 매김하려 했다.금메달에 눈이어두워 순간 냉정을 잃었다고밖에 설명이 안된다.

‘김동성 파문’ 이후 네티즌 사이에서는 엉터리 판정을비웃는 우스갯소리가 유행하고 있다.오노 선수의 ‘할리우드 액션’을 빗대 ‘경기 중 제스처 연기 점수가 순위 결정에 포함된다.’느니 ‘미국 선수보다 앞서 달리면 실격’이라는 패러디로 부아를 달랬다.

미국 언론이라고 모두 눈이 먼 것은 아니었다.뉴욕타임스는 잘못된 ‘김동성 파문’을 조목조목 지적했다.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한국인들은 김동성 경기를 보면서 TV를 집어 던지고 싶었을 테지만 현명하게 대처했다.’고 높이 평가했다.LA타임스는 오노가 영화를 촬영하듯 쇼를 했다고 비판했다.‘투나잇 쇼’의 제이 레노에게 한국 네티즌들의 항의 메일이 도달했을 것이다.제이 레노의 겸허한 반성과 정중한 사과를 기대해 보고 싶다.

[정인학 논설위원 chung@
2002-02-26 8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